머스크 CEO가 직접 지명한 인물…“명예직일 뿐” 비판 잇따라

로빈 덴홀름 테슬라 이사회 의장이 지난 7년간 약 5억3000만달러(약 7200억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쓸모 없는 명예직”이라고 지목한 그 직책에서 나온 수익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은 뉴욕타임스(NYT) 보도를 인용해 덴홀름 의장이 스톡옵션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이 미국 주요 기업 비상임 의장 중 가장 많았다고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특히 그의 스톡옵션 매도는 대부분 지난 1년 사이 이뤄졌다고 일렉트렉은 전했다.
NYT에 따르면 덴홀름 다음으로 높은 수익을 올린 이는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스티븐 헴슬리 전 CEO로 2018년 11월 이후 약 1억달러(약 1360억원)를 벌어들였다. 그러나 헴슬리는 스톡옵션을 모두 CEO 재직 시절에 받은 반면, 덴홀름은 비상임 의장으로 재직하며 막대한 보상을 받았다는 점에서 다르다는 지적이다.
덴홀름은 2018년 머스크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합의로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난 뒤 직접 지명한 인물이다. 당시 머스크는 테슬라를 1주당 420달러에 비상장 회사로 전환하겠다고 트위터에 허위로 주장해 SEC의 조사를 받았고 의장직에서 물러나는 조건으로 합의했다.
머스크는 같은 해 트위터(현 X)를 통해 “이사회 의장은 명예직일 뿐이며 테슬라 경영에 필요 없다. 3년 안에 이 직책도 없앨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 덴홀름이 이 직책을 맡았지만 그가 어떤 실질적 역할을 했는지는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렉트렉은 “머스크는 여전히 테슬라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고 덴홀름과 이사회는 그의 결정에 계속 동조해왔다”고 전했다. 테슬라 이사회는 머스크에게 550억달러(약 75조6000억원) 규모의 CEO 보상 패키지를 승인했으며 최근 AI 사업과 지분 확대를 요구하는 그의 발언에도 별다른 제동을 걸지 않았다.
머스크가 주도한 충전팀 전원 해고와 정치적 발언에 따른 불매운동, 소비자 항의 등도 이사회 차원의 입장 표명 없이 넘어갔다. 지난해 테슬라 최대 개인 주주 중 한 명인 레오 코관은은 일렉트렉과 인터뷰에서 “테슬라는 공개기업을 가장한 가족 경영 회사”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최근에는 이사회가 머스크의 업무 집중을 유도하기 위해 교체 가능성을 논의했다는 보도도 나왔으나 테슬라 측은 즉각 이를 부인하며 “단지 CEO 승계 계획을 검토하는 수준”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