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율 관세 조치 이후 첫 다자 무역회의...회원국 간 '뚜렷한 차이' 인정
한국, 10월 APEC 정상회의 미중 정상회담 성사 위한 토대 마련 기대
한국, 10월 APEC 정상회의 미중 정상회담 성사 위한 토대 마련 기대

미국, 중국, 일본, 한국을 포함한 21개 회원국이 참여한 이번 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관세를 급격히 인상한 이후 처음으로 개최된 주요 다자간 무역 회의였다. 장관들은 한국 제주 서귀포에서 이틀간의 회의를 마친 후 발표한 성명에서 세계 무역 시스템이 직면한 근본적인 도전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이 "부문 간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하며, "APEC 지역 전반에 걸쳐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한 공급망의 탄력성을 강화하기 위해 APEC 내에서 공급망 문제가 계속 논의되도록 하는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미국이 관세 및 통화정책에 대해 중국 및 기타 무역 파트너들과 협상을 진행하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은 최근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45%에서 30%로 인하하기로 합의했고, 중국도 미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125%에서 10%로 인하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이 협정이 양국 관계의 근본적 재설정이 아닌 일시적인 유예에 불과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국의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APEC 회원국 간에 뚜렷한 의견 차이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나와 20명의 장관, 약 100명의 협상가들이 글로벌 무역 상황에 대한 첨예한 의견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큰 도전이었다"고 정 본부장은 성명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다만 어떤 회원국들 사이에 어떤 이견이 있었는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회의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인물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였다. 다른 회원국 장관들은 미국의 관세 정책과 무역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그와의 양자 회담을 추진했다. 그리어 대표는 중국의 리청강 외교부장과 한국의 정인교 본부장을 만났으며, 한국 조선업계 경영진과도 면담을 가졌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과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는 16일 미국 무역대표를 만나기 위해 서울에서 제주로 이동했다. 이 만남에서는 미국이 국내 조선 산업을 재건하기 위해 추진 중인 계획과 관련해 한국 기업들과의 잠재적 협력 가능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APEC 통상장관들은 또한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로 도전에 직면한 세계무역기구(WTO)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우리는 WTO에서 합의된 규칙을 세계 무역 시스템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인정한다"고 성명서에 명시했다.
한국은 올해 APEC 의장국으로서 이번 무역장관회의가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릴 APEC 정상회의의 토대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인교 본부장은 그리어 대표와 리청강 부장에게 미·중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핵심적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한편, 폭우 속에서도 일부 시위대가 "굴욕적인 협상을 중단하라"라는 팻말을 들고 회의장 밖에 집결했다. 한국 내 야당인 민주당은 3주 이내에 새 대통령을 선출할 예정인 상황에서 현 정부가 무역협상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번 APEC 무역장관회의는 미·중 무역전쟁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이라는 불확실한 글로벌 무역 환경 속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으나, 회원국 간 이견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