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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태양광 부품, 스페인-포르투갈 정전 사태로 안전상 문제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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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태양광 부품, 스페인-포르투갈 정전 사태로 안전상 문제 드러나

핵심 인버터 공급업체 화웨이, 뇌물 수수 조사로 EU 산업단체 제명
"전력망 타깃 공격 우려"...EU, 인버터 원격 접근 제한 등 보안 강화 모색
스페인 남부 하엔(Jaen)에 있는 많은 가정은 일년 내내 화창한 지역이기 때문에 주어진 태양 에너지에 의존한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스페인 남부 하엔(Jaen)에 있는 많은 가정은 일년 내내 화창한 지역이기 때문에 주어진 태양 에너지에 의존한다. 사진=로이터
최근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발생한 광범위한 정전 사태로 인해 중국산 부품에 크게 의존하는 유럽 태양광 에너지 인프라의 안전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고 17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4월 말 두 국가에서 발생한 정전의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서비스 중단으로 인해 전력망의 사이버 보안 취약성이 부각됐다. 에너지 수요의 절반 이상을 재생에너지에 의존하는 스페인 당국은 이번 주 사이버 공격 가능성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내놓았다.

중국산 태양 전지판과 화웨이 등의 기업이 생산한 부품에 크게 의존하는 유럽에서는 에너지 전환에 따른 전력 인프라의 디지털화로 인해 원격 공격에 대한 취약성이 커지면서 전력 인프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오슬로 기반 리서치 업체 라이스타드 에너지의 마리우스 바케 태양광 연구 부사장은 "인버터를 통해 유럽의 전기 인프라에 원격으로 접근할 수 있으며, 이러한 인프라가 사이버 공격의 표적이 될 경우 유럽의 전력망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케는 EU 국가들이 리투아니아의 사례를 따라 사보타주 방지를 위해 100kW 이상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태양광 및 풍력 발전소의 인버터에 대한 원격 접근을 제한하는 법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버터는 태양 전지판에서 생성된 전류를 전력망으로 전송하기 위해 조정하는 장치로, 태양광 시스템의 '두뇌' 역할을 한다. 대부분 원격 제어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사이버 공격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로비 단체인 솔라파워 유럽(SolarPower Europe)은 최근 보고서에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3GW(기가와트)의 표적 절충안이 유럽의 전력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내외의 12개 이상 기업이 그보다 훨씬 더 높은 용량을 제어하고 있으며, 이 중 7개 기업이 각각 10GW 이상을 처리하고 있어 단 한 곳의 보안 침해가 유럽 전력망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화웨이는 유럽에서 사용되는 인버터의 약 3분의 1을 생산하는 주요 업체다. 그러나 이 중국 기술 대기업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화웨이와 제휴한 협회와의 회의를 제한하겠다고 밝힌 후 4월 28일 솔라파워 유럽에서 제명됐다. 브뤼셀에서는 화웨이 임원 다수가 유럽연합 의원들이 연루된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으며, 일부는 이미 기소된 상태다.

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태양광 시장 중 하나로, 2024년 설치된 용량은 다른 모든 에너지 기술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EU의 목표는 2030년까지 600GW의 태양 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국이 전 세계 태양광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일부 부품의 경우 최대 95%를 점유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원자재 채굴 및 정제부터 잉곳, 웨이퍼, 셀, 모듈 생산에 이르기까지 전체 공급망을 통제하고 있다. 중국은 이 산업에 대한 막대한 보조금과 투자로 인해 10년 만에 태양광 패널 비용을 80% 낮췄고, 이는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 보급 확대로 이어졌다.

그러나 유럽이 이 부문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완전히 줄이는 것은 비현실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프랑스 싱크탱크 IFRI의 다이애나 게라심 유럽 에너지 및 기후 정책 책임자는 브뤼셀의 목표가 자급자족이 아니라 "경제적 협박"과 단일 국가에 대한 의존성을 피하기 위한 회복력 확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동부에 태양전지와 모듈 기가팩토리를 건설하는 스타트업 홀로솔리스의 빈센트 델포르트 홍보 책임자는 "유럽의 생산과 시장 규제를 밀어붙일 조치가 없다면, 시장은 유럽에서 생산된 모듈을 판매할 수 없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EU는 작년 말 도입한 법에 따라 강제노동과 관련된 수입을 중단하기 위한 조치를 추진 중이다. 이는 반도체에도 사용되는 물질인 폴리실리콘이 강제노동이 우려되는 중국 신장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채굴되고 정제되기 때문에 태양광 가치 사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유럽 태양광 제조 위원회의 옌스 홀름 정책 책임자는 "녹색 전환은 인권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며 "중국으로부터의 의존도를 줄이고 제조업을 다시 해외로 진출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