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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삼성 노조 내부 갈등에 ‘성과급 특혜’ 논란…“한국 노동운동 구조적 한계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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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삼성 노조 내부 갈등에 ‘성과급 특혜’ 논란…“한국 노동운동 구조적 한계 드러나”

지난해 7월 8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앞에서 총파업에 돌입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7월 8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앞에서 총파업에 돌입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로이터
삼성전자 노조의 임금 협상 및 파업 이후 내부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노조 간부들에게 부당한 임금 인상이 이뤄졌다는 폭로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한국 노동운동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사례로 주목된다.

미국의 진보성향 매체 자코뱀은 ‘삼성의 노조 투쟁과 한국 노동의 위기’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관련 내용을 20일(현지시각) 상세히 보도했다.

자코뱀에 다르면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결성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지난해 7월 약 3만명 규모의 조합원 중 일부가 참여한 가운데 사상 첫 파업을 벌였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 원칙이 깨진 역사적 사건이었다.

이 파업은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 처음 이뤄진 대규모 파업이기도 했다. 당시 조합은 EVA(경제적 부가가치)라는 성과급 산정 방식에 반발해 임금 투명성과 근로환경 개선을 요구했으나 삼성 측의 무대응으로 인해 일주일 만에 마무리됐다.
이후 지난 3월 전사노 조합원들은 기본급 최대 3% 인상과 성과급 평균 2.1% 인상(최대 5.1%)을 포함한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EVA 폐지는 실패했지만 성과급 제도 개선을 위한 노사 공동 태스크포스 구성이 포함됐다.

그러나 다음달인 4월 한기박 전삼노 기흥지부장이 내부 고발에 나서며 상황이 급변했다. 한 지부장은 자신을 포함해 최소 7명의 노조 간부가 삼성 측으로부터 성과급을 포함한 평균 6.2%의 임금 인상을 받은 사실을 폭로했다.

이같은 임금 인상은 조합원들이 승인한 상한선(5.1%)을 초과하는 것으로 노조 전임자에게 적용되지 않아야 할 성과 평가까지 포함된 점에서 파장이 컸다.

한 지부장은 “지난 3월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이 비공식 회의에서 삼성으로부터 노조 간부에 대한 추가 임금 인상 약속을 구두로 받았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삼노는 한 지부장과 다른 세 명의 노조 간부를 제명했으며 산업재해 문제를 조언해오던 시민단체 반올림(샤프)에 대해서는 공개서한을 통해 법적 조치를 경고하며 탄원 운동 중단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인권단체 반올림의 권영은 활동가는 “심지어 삼성조차 우리에게 그런 편지를 보낸 적은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번 논란은 한국 노동계가 ‘산별노조’로 나아가지 못하고 여전히 기업별 노조 체계에 갇혀 있다는 구조적 문제를 다시금 드러냈다는 평가다. 자코뱀은 “노조 지도부가 사용자 측으로부터 급여를 받는 관행은 군사독재 시절부터 이어진 유산이며 이는 노동운동 내부의 이해 충돌을 조장해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2010년 이후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을 둘러싼 입법 논쟁 이후에도 사용자 측이 ‘시간 면제 수당’ 명목으로 노조 간부 급여를 지급하는 관행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같은 체계는 산업별 교섭 구조를 만들지 못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사용자 측에 종속적인 노조 운영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자코뱀은 전했다.

한편, 이번 논란은 6월 3일 조기 대선을 앞두고 언론의 관심에서 비켜나 있는 상황이다. 자코뱀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노동 친화적 공약을 내세웠으나 최근에는 반도체산업특별법을 지지하며 기업 친화적 행보로 전환했다”고 전했다.

이 법안은 삼성 등 대기업의 전기·수도요금 감면, 법인세 감면, 주당 최대 근로시간 연장 등을 포함하고 있다.

한 지부장은 최근 국회 청문회에서 “삼성 개발자로서 3개월 연속 주말 없이 야근과 철야 근무를 반복한 끝에 메스꺼움과 어지럼증, 부정맥 증상이 나타났다”고 증언하며 법안의 부작용을 지적했다. 반올림 권영은 활동가는 “법안에는 산업재해 예방과 관련된 내용은 단 한 줄도 없다”고 말했다.

자코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열린 정치적 공간이 아직 노동자 삶의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으며 조직 노동과 진보 세력의 전략적 재정비 없이는 이러한 현실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