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값 통제부터 관세 인상, 기업 직접 개입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의 일방적인 결정이 미 경제 시스템을 재편하고 있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동 순방 중 “미국처럼 미래를 만들거나 부를 축적하기 좋은 곳은 없다”며 “나는 올바른 태도를 가진 대통령”이라고 발언했다. 그는 이어 “미국 경제는 거대한 아름다운 상점이며, 내가 상점을 소유하고 있고 가격을 정한다. 쇼핑을 하고 싶으면 이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지난달 시사주간지 타임과 인터뷰에서 나온 것으로 이는 트럼프의 경제에 대한 자기 중심적 인식을 상징한다는 분석이다.
WP에 따르면 트럼프는 연방준비제도에 기준금리 인하를 직접 요구하고 중국 제품에 대해 14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가 다시 30%로 낮추는 등 고립주의적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제약 회사에는 '가장 유리한 국가' 가격 수준을 강제해 다른 선진국과 같은 약값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의 제약 산업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책 수립 과정에서 전문가 의견은 배제되고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직관이 중심이 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더글러스 엘멘도프 전 미 의회예산처(CBO) 처장은 “현 행정부의 정책 결정은 체계적인 분석 없이 대통령 개인의 판단에 의존하고 있다”며 “어떤 사람도 전문가 집단보다 더 많은 것을 알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특정 기업에도 노골적으로 개입한다. 최근에는 월마트가 자사 제품 가격 인상을 시사하자 “월마트와 중국이 관세를 떠안고 고객에게 전가하지 말라”며 “지켜보고 있다”고 ‘트루스 소셜’에 직접 글을 올렸다. 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에게는 “인도에 공장을 짓지 말라”고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직접 개입은 공화당의 전통적인 ‘자유시장 중시’ 기조와도 충돌한다.
과거 공화당의 대표적 경제정책가였던 폴 라이언 전 하원의원은 2012년 “중앙 기획자들의 통제와 위선은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케빈 매카시 전 하원 원내대표도 2013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의 기후 정책에 대해 “정부가 승자와 패자를 정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공화당 정치인은 침묵하거나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다.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트럼프는 대기업 CEO형이 아닌 강한 추진력의 기업가”라며 “억 단위 결정을 스스로 밀어붙이며 성공시켜 왔다”고 옹호했다.
이러한 집중 권력화는 미국 헌법의 취지와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랜드 폴 상원의원(공화당·켄터키)은 지난달 캐나다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언을 비판하며 “헌법은 어떤 개인도 세금을 올릴 수 없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WP와 ABC뉴스, 입소스가 지난달 말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의 60% 이상이 트럼프의 경제 정책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으며 관세 정책에 대해서도 3명 중 2명이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