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 유예기간 동안 미국 중소기업들, 트럼프 관세 전 상품 대량 확보 나서
크리스마스 제품 문의 20% 증가... "최소한 면제" 폐지로 테무·쉬인은 타격
크리스마스 제품 문의 20% 증가... "최소한 면제" 폐지로 테무·쉬인은 타격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5월 12일부터 18일까지 일주일 동안 알리바바닷컴에서 미국 기반 구매자들이 중국 판매자들에게 보낸 문의가 전주 대비 40% 이상 급증했다.
이러한 급증은 미국 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초반에 부과된 고관세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3개월의 유예 기간을 적극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알리바바닷컴의 미국 구매자 대부분은 중소기업으로, 이들은 관세 휴전 기간을 활용해 상품을 비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연말 쇼핑 시즌을 대비한 재고 확보 문의도 증가하고 있는데, 크리스마스 관련 제품 문의는 같은 기간 20% 이상 증가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는 미국 소매업체들이 연말 성수기 판매를 위해 미리 재고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알리바바닷컴을 비롯한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은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무역 전쟁이 격화된 이후 오히려 미국 사용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중국 매체 Wallstreetcn.com에 따르면 4월 말 알리바바닷컴은 미국 애플 iOS 앱스토어에서 잠시 쇼핑 카테고리 1위 앱이 되기도 했다.
알리바바의 중국 내수용 마켓플레이스인 타오바오와 덜 알려진 중국 쇼핑 앱 DHgate도 가격 인상에 대한 우려 속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앱 분석 회사 센서타워(Sensor Tower)의 데이터에 따르면, 4월 중순 타오바오는 애플 앱스토어의 무료 앱 중 5위까지 올라섰으며, DHgate는 한때 챗GPT(ChatGPT)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다운로드된 무료 앱이었다.
이번 관세 휴전 합의는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에게 고율 관세 정책으로 중단된 대량 주문을 다시 유치할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중국산 전자상거래 소포에 대한 이른바 '최소한(de minimis)' 관세 면제 조항은 부활시키지 않았다. 이 조항은 미화 800달러 이하 소포에 대한 세관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PDD 홀딩스가 소유한 테무(Temu)와 패스트패션 기업 쉬인(Shein) 등 중국 기반 주요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은 5월 2일 '최소한 면제' 폐지로 큰 타격을 입었다. 이들 기업은 중국 공장에서 미국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의존해왔기 때문이다.
테무는 이번 달부터 고객들에게 추가 요금을 부과하기 시작했으며, 쉬인은 미국에서 일부 제품 가격을 300% 이상 인상했다고 알려졌다. 반면, 기업 간 거래(B2B) 플랫폼인 알리바바닷컴은 미국 중소기업들이 대량으로 상품을 구매해 관세 휴전 기간 동안 미국으로 들여오면서 혜택을 보고 있다.
무역 전문가들은 90일간의 관세 휴전이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이 더 낮은 비용으로 미국 창고에 재고를 보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장기적 전망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지적한다. 90일 후 다시 고율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 소비자들은 중국산 제품에 대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알리바바는 이번 관세 휴전 효과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알리바바는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의 소유주이기도 하다.
미-중 무역 갈등은 바이든 행정부에 이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계속되고 있지만, 이번 90일 관세 휴전은 양국 간 경제적 긴장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미국의 대중국 정책 기조는 여전히 강경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중국 기업들은 장기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무역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들이 미국 내 창고와 유통망을 확대하거나, 제3국을 통한 우회 수출 방안을 모색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알리바바닷컴과 같은 B2B 플랫폼은 미국 중소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무역 장벽을 극복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