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켈티 영입으로 2028년 신형 배터리 출시 예정...미국 배터리 생산량 테슬라 추월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3일(현지시각) GM이 테슬라 출신 배터리 전문가를 영입해 저가 전기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GM은 지난해 배터리와 지속가능성 부문을 총괄하기 위해 30년 경력의 업계 베테랑인 커트 켈티를 영입했다. 켈티는 테슬라에서 11년간 근무하며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개발을 이끈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전문가 중 한 명이다.
켈티는 "전 세계에서 전기차로 바뀌는 흐름이 확실하다고 확신한다"며 "화석 연료에서 벗어나는 변화는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전기 동력계통으로 바뀌면 성능이 좋아지고 유지보수가 줄어들며 차량 내부 공간이 넓어지고 무게 중심이 낮아져 충돌 안전 등급도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 저가 배터리 기술로 가격 경쟁력 확보
GM의 전략은 배터리 비용을 줄여 전기차를 대중화하는 데 맞춰 있다. 현재 GM은 미국에서 가장 저렴한 전기차 중 하나인 2025년형 쉐보레 이쿼녹스를 권장소비자가격 3만3600달러(약 4590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는 가솔린 이쿼녹스보다 5000달러(약 680만 원) 정도 비싸지만, 연료비와 유지비를 고려하면 3년간 실제로는 더 저렴한 선택이 된다.
더 주목할 만한 것은 GM이 최근 공개한 신형 배터리 기술이다. 회사는 올해 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재출시 볼트를 공개할 예정이며, 2028년에는 리튬망간강(LMR) 배터리라는 혁신 기술을 선보일 계획이다. LMR 배터리는 비싼 니켈과 코발트 사용량을 줄이고 일반 원소인 망간을 더 많이 사용해 기존 고가 배터리 팩의 70% 비용으로 거의 같은 주행거리를 구현할 수 있다.
켈티는 "내연기관 차량과 비용이 같아지는 것이 하나의 큰 이정표"라며 "그 시점에 이르면 전환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고, 그 시점도 그리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 미국 배터리 생산량 테슬라 추월
실제로 GM의 배터리 전략은 눈에 보이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테슬라가 미국에서 GM보다 5배 이상 많은 전기차를 판매했지만, 올해 4월 기준으로 GM은 테슬라보다 더 많은 배터리를 미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는 테슬라가 배터리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반면, GM은 미국 내 생산에 집중하고 있으며, GM의 많은 차량이 크기가 커서 더 많은 배터리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GM은 북미 배터리 공급망 구축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다. 회사는 네바다주 리튬 채굴에 6억2500만 달러(약 8550억 원)를 투자하고 있으며, 켈티는 배터리 셀에 들어가는 구리와 알루미늄 호일을 포함한 모든 소재와 부품을 국내에서 조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GM은 현재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존 배터리 공장 두 곳 모두 최대 가동률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가동되고 있으며, 최근 미시간주에서 건설 중인 공장 지분을 LG에너지솔루션에 매각했다. 삼성과 함께 인디애나주에 네 번째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는 계획도 연기했다.
텔레메트리 자동차 분석가 샘 아부엘사미드는 "GM이 전기차 수요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며 "3~4년 전만 해도 GM, 포드, 스텔란티스 같은 회사들은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50%가 전기차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우리는 그 목표에 전혀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이 가장 큰 변수
GM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정책 불확실성이다. IDTechX의 자동차 기술 분석가 미카 타카하시는 트럼프가 취임한 이후 자동차에 영향을 미치는 약 30개의 관세 정책이 발표됐다고 말했다.
모닝스타의 미국 자동차 주식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휘스턴은 전기차 제조와 구매에 대한 인센티브와 관세가 전기차 제조에 필수인 원자재 수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켈티도 "3~4년 후 니켈과 리튬 가격이 어떻게 될지 알려주시면 더 나은 답을 드릴 수 있다"며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크고, 아마도 이것이 가장 큰 의문점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 세계에서 지난 3월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30% 급증한 가운데, 미국 내 전기차 전환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GM이 켈티 같은 기술자를 영입한 것은 현재 미국에서 전기차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 일시적이며, 이런 어려움을 기술 혁신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