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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일본, 15년 전 겪고도 희토류 70% 중국에 의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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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일본, 15년 전 겪고도 희토류 70% 중국에 의존"

“日 사례는 미국에 대한 경고…공급망 탈중국, 말처럼 쉽지 않아”
2019년 8월 23일(현지 시각) 호주 퍼스 북동쪽 마운트웰드에서 말레이시아로 가는 배의 선적을 기다리는 희토류 정광 포대 앞을 라이너스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19년 8월 23일(현지 시각) 호주 퍼스 북동쪽 마운트웰드에서 말레이시아로 가는 배의 선적을 기다리는 희토류 정광 포대 앞을 라이너스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일본은 2010년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로 큰 타격을 입은 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했지만 여전히 수입의 7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같은 일본의 경험은 희토류 수출 제한을 올해 처음 겪은 미국에도 경고가 된다”고 2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 日, 2010년 갈등 겪고도 '중국 의존도' 여전


일본은 2010년 동중국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주변 해역에서 중국 어선과 해상보안청 소속 순시선 간 충돌 사건 이후 중국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자 심각한 공급 차질을 겪었다. 이에 당시 외무상이 “한 나라에 과도하게 의존해선 안 된다”며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WSJ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해 기준으로도 희토류 수입의 약 7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금속에너지안전기구(JOGMEC)에 따르면 일본은 이 위기를 계기로 호주 희토류 기업 라이너스에 2억2500만 달러(약 3140억 원)를 투자하는 등 대체 공급망 확보에 나섰지만 핵심 희토류 일부 확보에 그쳤다.

특히 강력한 영구자석에 쓰이는 중희토류인 디스프로슘과 터븀 확보에는 실패했다. 이들 원소는 비교적 희귀해 생산량이 적고 채굴 시 경희토류와 섞여 나오기 때문에 정제 과정에서 추가 설비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대부분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 中과 합작 택한 日 기업들…의존도 더 깊어져


일본 기업들은 한때 자국 내 희토류 자석 기술력에 기반해 중국 기업과 합작을 통해 공급망을 확보하려 했다. 대표적으로 도쿄에 본사를 둔 TDK는 2013년 중국 국영기업인 라이징 논페러스 메탈스와 합작 법인을 설립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략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후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의 네오디뮴 자석 시장 점유율은 2013년 23%에서 2021년 15%로 줄었고, 같은 기간 중국은 75%에서 84%로 확대됐다.

이후 일본 정부는 공급망 재편을 위해 다시 자금을 투입했다. 2023년에는 JOGMEC과 종합상사 소지쓰가 호주 라이너스에 2억 호주달러(약 1300억 원)를 추가 투자해 중희토류 생산을 확대했다. 이 가운데 최대 65%가 일본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또 JOGMEC은 올해 3월 프랑스 기업 카레스터의 자회사에도 1억1000만 유로(약 1290억 원)를 투자해 중희토류의 대체 공급처 확보에 나섰다.

◇ WSJ “日 사례, 美에 교훈…脫중국 공급망 구축 쉽지 않아”


WSJ는 미국 국방부가 최근 미국 희토류 기업 MP머티리얼스에 지분 투자를 결정하며 ‘탈중국’ 공급망을 추진하는 배경에도 일본의 사례가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완전한 공급망 독립은 수백억 달러가 들고 기업은 이 같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도쿄대 공공정책대학원 스즈키 가즈토 교수의 말을 인용해 회의적인 시각도 함께 전했다.

스즈키 교수는 “일본은 탈(脫)중국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다른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판단에 결국 중국에 계속 의존하게 됐다”고 말했다. WSJ는 미국도 올해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 이후 일시적으로 다시 공급을 재개하게 만들었지만 “일본처럼 위기가 지나면 경계심이 느슨해질 수 있다”며 공급망 정책의 ‘안일함’을 경고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