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부품 내구성 문제·지도부 공백 겹쳐…5000대 목표에 생산량은 수백 대 불과
주력 사업 부진 속 로봇으로 돌파구 모색…잇단 헛된 약속에 시장 신뢰 흔들
주력 사업 부진 속 로봇으로 돌파구 모색…잇단 헛된 약속에 시장 신뢰 흔들

지난 26일(현지시각) IT 전문 매체 쿼츠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해 옵티머스 로봇 5000대를 생산하겠다는 야심 찬 내부 목표에 크게 못 미쳤다. 올해 7월까지 실제 생산한 로봇은 수백 대에 지나지 않는다.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2025년 초 부품 1200개를 확보해 1000대 정도를 조립했다고 밝혔지만, 아직 정상적인 대량 생산 궤도에 올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생산 차질은 테슬라가 마주한 전반적인 어려움 속에서 불거졌다. 테슬라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전체 매출이 12%, 자동차 판매는 16% 줄어 10여 년 만에 가장 나쁜 성적표를 받았다. 머스크 최고경영자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몇 차례 힘든 분기를 맞을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예고했다. 당시 그의 어조를 두고 "역대 가장 침울했다"는 평가가 나왔고, 시장은 바로 반응했다. 머스크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사라지자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졌고, 다음 날 테슬라 주가는 9% 떨어졌다.
어려움에 처한 머스크는 기존 자동차 사업 대신 자율주행 로보택시와 옵티머스 로봇으로 투자자들의 눈길을 돌리려 한다. 옵티머스는 그가 제시하는 미래 구상의 핵심이다. 머스크는 이 이족보행 로봇이 공장 노동부터 집안일까지 해내며, 테슬라의 기업 가치를 무려 25조 달러(약 3경4612조 원)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 기술·사람 모두 문제…'로봇의 손' 구현에 발목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는 여러 기술적 문제들이 꼽힌다. 관절 모터의 과열, 전동 부품의 낮은 내구성, 짧은 배터리 수명, 특히 핵심 기능인 손 모듈의 내구성 부족 등 여러 문제가 겹친 탓이다. 특히 손과 팔 부품 생산이 전체 공정을 따라가지 못해 완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테슬라는 문제 해결을 위해 관련 부품 주문을 잠시 멈추고 설계를 다시 검토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도부 공백도 생겼다. 지난달 옵티머스 프로그램을 이끌던 밀란 코바치 공학 부사장이 회사를 떠났고, 그 직후 테슬라는 전 직원이 세운 로봇 신생기업을 상대로 '로봇 손' 관련 영업 비밀을 훔쳤다며 소송을 걸었다. 현재 비어있는 프로그램 총괄 자리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이끌던 아쇼크 엘루스와미 부사장에게 넘어갔다.
◇ '이번에도 역시'…반복되는 장밋빛 약속
큰 목표를 제시한 뒤 일정이 늦어지는 것은 테슬라의 익숙한 모습이기도 하다. 2020년까지 100만 대의 로보택시를 운행하겠다는 약속은 아직 지키지 못했고, 보급형 전기차 출시 역시 2025년 하반기로 미뤄졌으며 그마저도 기존 모델 Y와 비슷한 모습일 것이라고 밝혔다. 로보택시 시험 운행도 오스틴 같은 일부 지역에서 안전 요원이 탄 채로 제한적으로만 진행하는 동안, 경쟁사인 웨이모와 죽스는 공공도로에서 무서운 속도로 주행 거리를 늘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포레스터 리서치의 폴 밀러 부사장은 쿼츠에 "로보택시가 몇 분기 동안의 부진을 만회하는 데 아무런 역할을 못 할 것"이라며 "단기간에 눈에 띄는 성과를 낼 만큼 빠르게 규모를 키울 방법이 없다"고 꼬집었다.
테슬라 옵티머스 프로젝트는 야심 찬 청사진과 달리 현실의 여러 한계와 마주하며 성장통을 겪고 있다. 투자자와 시장의 기대 또한 낮아진 만큼, 앞으로는 생산량을 늘리는 것은 물론 제기된 기술 문제를 해결하고 생산 체계를 바로잡는 일이 로봇 사업의 성패를 가를 최우선 과제가 됐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