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3일(현지시각) 야심차게 발표한 ‘인공지능(AI) 행동계획(Action Plan)’이 제대로 시행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 실천 계획이 미 헌법과 배치돼 줄 소송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이 행동계획이 AI에 대한 ‘몰이해’를 방증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바이든 계획 갈아 엎고 새 판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1월 20일 취임하자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의 보호주의 AI 정책 기조를 갈아 엎는 예비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수출 통제는 주로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적성국에 엔비디아 등의 첨단 AI 반도체를 수출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동시에 동맹국과 협력을 강조했다. 미국과 동맹국을 잇도록 핵심 공급망을 재편하고 민주주의라는 공동 가치를 추구하는 나라들끼리 AI 기술을 개발하고, 배포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
중국, 러시아 등을 배제하는 것이었다.
아울러 반도체법(CHIPS)을 통해 미국 내 반도체 생산에 인센티브를 주도록 했다.
이른바 실용적 보호주의라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트럼프는 이를 갈아엎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지난 23일 이런 정책 기조를 뒷받침할 행동계획을 내놨다.
트럼프는 이와 함께 3개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들은 미국의 AI 기술 스택 수출을 장려하고,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을 촉진하기 위해 연방정부의 인허가 속도를 높이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민주당 정부의 성평등, 소수자 배려 등에 초점을 낮춘 이른바‘워크(WOKE)’ AI를 연방정부에서 금지하는 행정 명령에도 트럼프는 서명했다.
워크AI 금지
트럼프는 23일 워싱턴 DC 앤드루 W 멜론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AI 정상회의 연설에서 “지금부터 미 정부는 오직 진실과 공정, 엄격한 불편부당함을 추구하는 AI만 취급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민주당 정부의 워크는 끼어들 틈이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AI 행동계획이 환경, 지적재산권 보호 법률을 위반할 가능성 때문에 줄소송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아울러 이들은 'WOKE' 같은 특정 AI를 규제하는 방식 역시 소송에 직면할 수 있고, 무엇보다 AI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몰이해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법조계에서는 트럼프가 '워크AI'를 연방정부 조달품목에서 배제하도록 한 행정명령은 아예 실행 불가능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위헌 논란
법조계에서는 설령 이런 편향성을 제거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정부가 특정 개발자를 차별하는 것은 수정헌법 제1조 위반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스탠퍼드대의 기술법 교수 마크 렘리는 AI의 중립성을 요구하는 행정명령은 실상 AI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행정명령이라고 비판했다.
렘리 교수는 만약 연방정부가 특정 관점이 내재된 AI를 정부 조달에서 배제한다면 이는 위헌 소송을 부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역시 기술법 전문가인 스타 카시먼도 같은 의견을 내놨다.
카시먼은 아울러 편향되지 않은 AI라는 개념은 ‘나이스’하지만 지금 같은 AI 개발 초기 단계에서는 실질적으로 AI 시스템 모두를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약조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모든 AI 시스템은 태생적으로 편향돼 있다”고 강조했다.
태생적 편향성
카시먼은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AI가 편향됐다고 할 때 실제로 편향됐는지를 누가 판단하느냐의 문제다.
카시먼은 AI 시스템이 “편향됐다”고 할 때 그 기준을 누가 설정하느냐는 문제가 뒤따른다고 말했다.
AI는 인터넷에 널려 있는 인간이 작성한 데이터를 토대로 훈련을 받는다. 모든 이가 고유한 편향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런 사람들이 만든 데이터로 학습한 AI는 당연하게도 편향되지 않을 수 없다.
코넬대 정보기술(IT)학과 조교수 아디티야 바시스타는 AI는 태생적으로 명백하게 편향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인터넷이 편향됐는가, 사람들이 인구 구성, 정체성, 문화 등에 대해 특정한 생각을 갖고 있는가를 본다면 당연히 답은 “예스”라면서 편향성은 제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바시스타 교수는 이 때문에 AI 시스템이 편향됐는지를 평가하겠다는 것은 위험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만약 진실을 말하는 AI 기술을 설계하고자 한다면 그때 진실 여부는 누가 판단하는 것이냐면서 그걸 어떻게 측정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바시스타는 편향성에 관한 예로 언어의 편향성을 들었다.
그는 힌두어를 쓰는 인구가 5억명이 넘지만 온라인 데이터의 고작 0.6%만 힌두어라면서 이와 달리 미국은 이보다 훨씬 적은 인구를 갖고 있지만 온라인 데이터 60%가 영어라고 지적했다. 미국 인구는 3억5000명 수준이다.
중국 표준어인 만다린어를 쓰는 인구는 11억~15억명 수준으로 추산되지만 온라인 데이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많아야 2%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I 시스템은 태생적으로 다른 언어는 배척하고 영어에 우선 집중하는 편향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이다.
지재권
AI 행동계획의 또 다른 걸림돌은 지재권이다.
이미 메타플랫폼스, 앤트로픽 등 대형언어모델(LLM) AI 개발자들은 수십건의 지재권 소송에 휘말려 있다.
지재권 소유주들은 AI 훈련에 사용되는 콘텐츠에 대해 개발자들이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이들은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원래 콘텐츠와 닮아서도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AI 개발에 속도를 내도록 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AI 행동계획'은 지재권 소송 만으로도 버거울 수 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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