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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청년들, 경기 둔화·고령화 속 '은퇴 계획'은 사치… "미래 걱정보다 현재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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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청년들, 경기 둔화·고령화 속 '은퇴 계획'은 사치… "미래 걱정보다 현재 집중"

정부의 조기 은퇴 준비 촉구에도 '외면'… "로봇이 돌봐줄지도" 냉소적 반응도
국가 연금 고갈 우려·낮은 출산율·급속한 고령화 '삼중고'… 개인 연금 제도 관심 '미미'
중국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수십 년 후의 은퇴를 미리 준비하라는 정부의 간곡한 요청은 현실과 동떨어진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수십 년 후의 은퇴를 미리 준비하라는 정부의 간곡한 요청은 현실과 동떨어진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수십 년 후의 은퇴를 미리 준비하라는 정부의 간곡한 요청은 현실과 동떨어진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경기 둔화, 임금 정체, 치솟는 주거비 및 결혼에 대한 압박 증가로 인해 고용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대부분의 젊은 직장인들은 당장의 현실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노후를 생각할 여유조차 없으며, 은퇴는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우선순위를 정하기에는 너무 먼 미래의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한에서 공공 부문 근로자로 일하는 29세의 우 루오시는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걱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나는 지금 당장 잘 사는 데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은퇴는 중요하지만,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스트레스만 유발할 뿐이다. 어차피 내가 늙었을 때 로봇이 나를 돌봐줄 수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라며 다소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정부와 많은 학계 전문가들은 중국의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인한 장기적인 위험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해 왔다. 이러한 추세는 국가 연금 제도의 재정 압박 심화로 인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정부는 젊은 세대에게 은퇴 계획을 조기에 시작할 것을 촉구하고 있으며, 보다 광범위한 연금 개혁의 하나로 개인이 은퇴 저축을 쌓도록 장려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자발적인 보충 프로그램인 새로 확대된 개인연금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참가자는 매년 최대 12,000위안(약 230만 원)을 지정된 계좌에 납입할 수 있으며, 이 프로그램은 세금 인센티브와 투자 수익에 대한 우대 혜택을 제공하고 은퇴 연령에 따라 인출이 허용된다.

하지만 분석가들은 젊은 근로자 중 소수만이 그토록 먼 미래를 내다보는 계획을 세우는 데 열심이라고 지적한다. 인민대학교 인구개발연구센터의 첸웨이 교수는 "오늘날 젊은이들이 직업, 수입, 결혼에 대한 엄청난 압박에 직면해 있는데, 그들이 어떻게 노년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강조했다.

중국 사회과학원이 2019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 연금 시스템의 중추인 중국 도시 근로자 연금 기금은 가용 노동 인구의 점진적인 감소로 인해 2035년까지 자금이 고갈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중국인구협회 부회장이자 톈진 난카이 대학교 인구학 교수인 위안 신은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노년기가 어떤 것인지 직접 경험하지 못했고, 노인 문제는 여전히 다른 누군가의 문제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상하이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15세에서 64세 사이의 노동 연령 거주자 2명 중 1명이 현재 65세 이상 노인 1명을 부양하고 있으며, 이러한 부양 부담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국민연금제도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젊은이들은 여전히 개인적인 준비에 나서기를 주저하고 있는 실정이다.

베이징의 한 인터넷 회사에서 근무하는 30세의 마크 탕은 "지금 은퇴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느낀다. 미래가 어떻게 보일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 연금 제도에 가입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며 "연금에 대해 걱정하는 대신 돈을 저축하는 데 집중하고 싶다.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돈을 내 손에 쥐고 있는 것도 나에게는 같은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현재 낮은 출산율과 급속한 고령화 사회로 특징지어지는 심각한 인구 통계학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말까지 60세 이상 인구는 3억 1,031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2%를 차지하며, 이 중 65세 이상 인구는 2억 2,023만 명(15.6%)에 달한다.

이러한 인구 불균형은 주요 도시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인 상하이에서는 2024년 말까지 60세 이상 거주자가 578만 명으로 등록 인구의 37.6%를 차지하며, 이 중 독거노인은 33만 6,200명, 가족의 지원이 없는 '빈둥지 노인'은 2만 7,400명으로 분류된다. 도시 인구의 29.4%가 65세 이상으로, 이는 세계에서 노인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중국은 은퇴 연령을 상향 조정했다. 남성의 은퇴 연령은 60세에서 63세로, 여성 사무직 근로자의 경우 55세에서 58세로 높아졌다. 이전에는 50세에 은퇴할 수 있었던 여성 블루칼라 노동자의 은퇴 연령도 55세로 상향 조정되었다.

여전히 소수이기는 하지만, 일부 중국 젊은이들은 결혼과 자녀 양육을 포기하는 경향이 증가함에 따라, 은퇴자 공동체를 찾아 일찌감치 노후를 계획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들에게 이러한 선택은 불안감의 표출이라기보다는, 전통적인 가족의 지원 없이 맞이하게 될 미래에 대한 현실적인 대응에 더 가깝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