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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발 관세 격랑, AI로 넘는다…공급망 관리·위험 예측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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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발 관세 격랑, AI로 넘는다…공급망 관리·위험 예측 '효과'

세일즈포스·키넥시스 등 AI 관세 자동 분석·공급망 최적화로 '파고 극복'
"AI, 만능 아닌 강력한 조력자…데이터·급변 정책 따른 한계 명확"
주요 기술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트럼프 발 관세 충격에 대응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주요 기술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트럼프 발 관세 충격에 대응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복 관세 정책 때문에 세계 공급망에 불확실성이 커지자, 주요 기술 기업들은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관세 충격에 대응하고 있다고 미 경제방송 CNBC가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인공지능이 공급망과 관세 관리에 미치는 영향이 주목받는 가운데, 기업들은 인공지능을 통해 복잡하게 얽힌 세계 공급망을 분석하고, 관세 변동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며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려는 시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AI, 관세 변동 실시간 분석…자동 대응 ‘눈길’

특히 인공지능 기반 관세 분석과 대응 자동화가 핵심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소프트웨어 대기업 세일즈포스는 최근 미국 세관 시스템의 2만 개 제품 범주 변동을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인공지능 관세 상담원을 개발했다고 지난주 밝혔다. 이 상담원은 4400쪽에 이르는 방대한 미국 통합관세분류표(Harmonized Tariff Schedule)를 바탕으로, 관세 변화가 생기면 즉시 제품별 영향 분석과 대응 조치까지 자동화한다.

세일즈포스의 에릭 로엡 정부 담당 수석 부사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관세 변경의 엄청난 속도와 복잡성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이 수동으로 따라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과거에는 소수 전문가 팀이 수작업으로 관리하던 복잡한 관세 변동을 인공지능이 신속하게 처리함으로써, 기업들은 공급망 전략을 훨씬 빠르게 조정할 수 있게 됐다"고 현 상황의 어려움과 인공지능의 역할을 강조했다.
공급망 모의실험(시뮬레이션)과 최적화 역시 인공지능의 주요 활용 분야다. 공급망 관리 소프트웨어 기업 키넥시스의 앤드루 벨 최고 제품 책임자는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들이 관세 대응책 마련을 위해 자사의 인공지능과 기계학습(머신러닝) 기술을 활용, 제품과 원자재 분석은 물론 뉴스 기사, 거시경제 자료 등 외부 신호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특정 부품이나 원자재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대체 부품 사용 시 전체 비용·납기·위험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모의실험한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급처를 동남아 등 다른 나라로 신속하게 전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불확실성은 AI의 '기회'…공급망 지능화 박차

나아가 인공지능은 실시간 위험 예측과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기업의 선제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 단순히 과거 자료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세 인상, 무역 분쟁 심화 등 다양한 가상 시나리오에 따른 공급망·가격·수익성 변화를 미리 예측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은 미국 관세 부과 시 공급망의 20%를 동남아로 이전할 경우 비용이 10~15% 줄어드는 효과를 95%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목록은 수십 개 국가를 대상으로 하며, 월마트, 나이키 등 세계적 기업들은 이미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등 공급망과 가격 정책 재검토에 착수했다. 미국 인구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미국의 상품 수입액은 약 3조 3000억 달러(약 4,514조 4000억 원)에 이른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오히려 인공지능 기술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픈AI의 잭 카스 전 시장 출시 전략 책임자는 지난달 이탈리아 암브로세티 포럼에서 CNBC에 "미국 관세 조치로 인한 불확실성이야말로 인공지능이 진가를 발휘할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공지능 없이 자동화만으로 현재의 복잡한 상황에 대처하기 어렵고, 갑자기 많은 인력을 충원할 수 없는 현실에서 인공지능은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 첨단 AI, 국경 넘나드는 물류 최적화·위험 관리

인도의 정보기술(IT) 대기업 위프로의 나겐드라 반다루 매니징 파트너이자 세계 기술 서비스 책임자는 "고객사들이 위프로의 에이전틱 인공지능 솔루션을 활용해 정책 환경 변화에 따라 공급업체 전략을 발 빠르게 전환하고, 무역 경로를 조정하며, 관세 부담을 능동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위프로는 자체 개발 시스템과 외부 공급 시스템을 망라한 다양한 인공지능 기술, 즉 대규모 언어 모델부터 전통적인 기계학습(머신러닝) 그리고 컴퓨터 비전 기술까지 동원해 국경 간 운송 중인 실물 자산을 검사한다고 밝혔다.

세계 물류·운송 최적화 또한 인공지능의 중요한 역할이다. 인공지능은 물류망(네트워크), 해상·항공 운송 경로, 통관 위험까지 통합적으로 분석해, 관세 때문에 늘어나는 비용과 늦어지는 납기를 최소화하는 최적의 물류 전략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기반 플랫폼 포카이츠는 포춘 선정 500대 기업들과 협력해, 관세 변화에 따라 공급업체와 운송 경로를 다시 설계하고 있다. 베인 캐피털 벤처스의 아제이 아가왈 파트너는 CNBC를 통해 "관세와 그로 인한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기업들을 인공지능이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모든 인공지능 솔루션의 성공은 접근 가능한 자료의 질에 달려있다"고 지적하며 포카이츠의 사례를 언급한 바 있다.

그는 "공급업체를 바꾸면 관세 비용은 줄일 수 있지만, 준비 기간(리드 타임)과 운송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또한 관세 변동성은 해상과 국내 화물 운송망(네트워크)의 운임과 가용 용량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장 적용 사례를 보면, 위프로, 키넥시스, 세일즈포스 등은 전자, 자동차, 부품, 유통 등 다양한 세계 기업에 인공지능 기반 관세 대응 해결책(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아시아에 생산 거점을 둔 대형 전자업체, 북미와 유럽에 부품을 수출하는 자동차 부품사 등이 인공지능으로 공급망을 다시 짜고 있다.

◇ "AI, 만능 아닌 조력자"…한계 명확, 전략적 활용 관건

그러나 인공지능의 한계도 명확하다. 반다루 파트너는 "인공지능은 강력한 조력자이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며 "인공지능은 무역 정책 전략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무역을 수동적 도전 과제에서 능동적이고 자료 기반의 이점으로 전환함으로써 이를 강화한다"고 그 역할을 명확히 했다. 즉, 인공지능은 공급망과 관세 대응의 ‘강력한 도구’이지만, 무역 정책 자체를 대체할 수는 없다. 자료 품질이 낮거나, 정책 변화가 너무 급격할 경우 인공지능의 예측력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인공지능은 기존 전략을 보완하고, 자료 기반으로 신속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복잡하고 변화가 빠른 세계 관세 환경에서 기업들이 공급망을 신속하게 다시 짜고, 비용과 위험을 최소화하도록 돕는 핵심 도구로 부상했다. 이미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의 대대적인 관세 발표 이전부터 인공지능은 세계 기업들의 주요 투자 대상이었다. 컨설팅 기업 캡제미니가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기업 경영진의 약 4분의 3이 2025년 최우선 투자 기술 세 가지 가운데 하나로 인공지능과 생성형 인공지능을 지목했다.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이 클수록 인공지능의 자료 분석·예측·자동화 역량은 더욱 중요해진다. 인공지능을 적극 도입하는 기업은 관세 충격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경쟁 우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