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오랜 북극 맹주…경제·군사적 요충지 사수 총력
나토, 북극 전선 확장 가속…우크라 전쟁 후 안보 지형 급변
나토, 북극 전선 확장 가속…우크라 전쟁 후 안보 지형 급변

그러나 이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가 지경학적, 안보적 이유로 북극으로 초점을 옮기면서, 러시아는 서방의 이러한 새로운 관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미 경제방송 CNBC가 지난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러시아는 북극해 연안의 53%(약 22,990마일)를 차지하고, 250만 명의 러시아인이 북극 지역에 거주하며 일하고 있다고 북극권 안보 연구기관이 밝혔다.
◇ 러시아의 북극 아성…경제·군사적 요충지
러시아에 북극은 석유, 가스, 광물 추출 산업, 어업, 그리고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주요 해상 길인 북극항로(Northern Sea Route) 관련 기반 시설과 물류가 핵심 경제 동력이다. 더불어 러시아는 북극에 해상 핵 억지력을 유지하며 많은 군사 기지와 비행장, 특수 쇄빙선단을 운영한다.
이런 배경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인수 발언이나 나토의 북극 군사 훈련은 러시아의 경계심을 자극하고 있다.
◇ 푸틴의 경고 "북극 경쟁 격화"…나토와 신경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3월 나토가 노르웨이에서 9개국 병력 1만 명을 동원한 '극한지 전투' 대비 훈련을 두고 "나토 국가들은 전반적으로 극북(Far North) 지역을 잠재적 분쟁의 발판으로 점점 더 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토는 해당 훈련이 극한지 작전 능력과 협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에 "러시아와 전 세계 모두에게 북극의 역할과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지역에서 지정학 경쟁과 영향력 다툼 또한 격화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나토 훈련 직후 러시아 북방함대 역시 함정 20척과 병력 1500여 명을 동원해 북극에서 훈련을 시작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전했다.
◇ 국제 제재 직면한 러시아 북극 경제
러시아는 북극에서 경제 이익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 극동북극개발부의 알렉세이 체쿤코프 장관은 최근 "오늘날 북극은 이미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7.5%, 수출의 11%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며 "북극에서 세계 규모의 투자 계획을 시행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 규모의 북극 도시 연결망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미 시작된 계획들이 실행되면 러시아 경제, 물류, 안보에서 북극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북극항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로 악틱 LNG 2 계획의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과 보스토크 오일의 대규모 석유 계획 등 주요 사업이 타격을 입었다. 러시아는 제재를 피하려고 이른바 '유령 선단(shadow fleet)'을 동원해 석유와 가스를 수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의 마리안 코냉스 전 북극 대사는 CNBC 인터뷰에서 "북극은 경제와 안보 면에서 러시아에게 매우 중요한 전략 관심사"라며 "에너지 자원 추출로 얻는 막대한 GDP 공급원이며, 북극항로 이용은 러시아에게 막대한 수입원이다. 그리고 이런 수입으로, 제재 속에서도 러시아는 이 수출액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비용의 3분의 1을 댈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제재가 효과를 내고 있어도 더 강화해야 한다"며 "러시아 핵전력이 북극에 있다는 것은 유럽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덧붙였다.
◇ 서방의 '북극 각성'…지정학적 관심 고조
서방의 북극 전략은 러시아의 오랜 개발 역사에 비해 뒤늦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럽정책분석센터(CEPA) 분석가들은 러시아가 2000년대 중반부터 북극에 다시 투자해왔으며 북극항로를 따라 핵심 이익을 보호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코냉스 전 대사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까지는 북극 안보 위협을 나토가 실질적으로 인식하지 못했으며, 북부 방면을 소홀히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스웨덴, 핀란드의 나토 가입으로 북유럽 안보 환경이 바뀌고 있으며, EU에게도 북극의 지경학적,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기후 변화로 북극 천연자원과 핵심 광물에 접근하기 쉬워지고 북극항로의 해운 기회가 늘어나면서 미국뿐 아니라 중국 등 다른 북극권 외부 국가들의 관심도 커지는 추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미국이 그린란드 인수 뜻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러시아는 비교적 차분하게 반응하며 상황을 지켜보는 태도를 보였다.
지난 2월 블룸버그 통신은 러시아가 북극 자원 추출과 운송과 관련해 미국과의 공동 계획에 관심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CNBC는 이와 관련해 크렘린궁과 백악관에 논평을 요청했으나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