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현지시각) 마켓워치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EU와의 협상이 전혀 진전되지 않고 있다”며 “오는 6월 1일부터 50%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발언은 미국 주요 주가지수를 일제히 끌어내리며 한 주간의 하락세에 결정타를 날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애플뿐만 아니라 삼성 등 해외에서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모든 업체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실제 시행 시점은 다음달 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관세 위협은 최근 중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해상운송이 좀처럼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토르스텐 슬록은 “중국발 해운물량의 반등 조짐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업체들이 아직 새로운 주문을 시작할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마켓워치에 말했다. 그는 “일부 기업들이 재고를 충분히 쌓아두었기 때문에 당분간 신규 주문이 줄어들 수 있으며 해운물량이 다른 나라를 통해 우회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로스앤젤레스 항만청의 진 세로카 국장은 지난 19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4월 항만 물동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9.5% 증가하며 10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5월에는 예정됐던 80건의 선박 입항 중 17건이 취소됐고, 6월에도 10건이 추가로 취소될 예정이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세로카 국장은 “싱가포르, 홍콩 등 일부 항만에서 출발하는 선적 예약은 늘고 있지만 이미 시행된 높은 관세 탓에 미국산 농산물과 제조업 제품 수출이 크게 위축되며 전반적인 해운 물동량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미국 소비자들의 선택지는 줄고 가격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해상운송 가격도 글로벌 수요 회복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4일 기준 발틱건화물운임지수는 1340으로 평균치인 1763보다 낮은 수준이다.
슬록은 “관세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계속 높이고 4월 이후 주가가 반등했지만 기업과 경제에는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연방준비은행 애틀랜타지부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의 첫 번째 임기 당시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2018~2019년 중 미국 기업들은 공급망을 전환하는 데 평균 2년 반이 걸렸고 기업당 평균 19억 달러(약 2조5770억원)의 비용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간 매출의 약 5%에 해당한다.
EU의 대미 무역흑자는 지난해 약 2250억 달러(약 305조1000억원)에 달했으며 독일·아일랜드·이탈리아 등이 미국 수출에 있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주요 수출 품목은 의약품 등 화학제품, 기계류, 자동차 등이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보고서에서 “EU 제품에 50% 관세, 스마트폰에 25%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의 평균 실효 관세율은 15%에서 19%로 상승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최근 경제 전망이 다소 나아졌다는 인식 속에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확대에 더욱 자신감을 얻고 있어, 하반기 성장률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같은 우려는 주식시장에도 반영됐다. S&P500지수는 이번주 2.6% 하락하며 7주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고 나스닥지수는 2.7%, 다우지수는 2.5% 하락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