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안보 체계 강화 필요...'글로벌 유로의 순간' 만들 기회"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베를린에서 행한 연설에서 "유로존 정부가 금융 및 안보 체계를 강화한다면 유로는 글로벌 통화로서 달러를 대체할 잠재력이 있다"면서 "이는 유로존에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안겨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들어 미국의 불확실한 경제 정책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은 달러 자산에 대한 노출을 줄이고 있다. 그렇지만 뚜렷한 대안이 부재한 가운데, 많은 투자자금이 금으로 향하고 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유로화가 달러를 대체하는 국제 통화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유럽의 금융 시스템과 법적 기반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글로벌 유로의 순간'을 만들 기회"라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 달러화의 국제적 위상은 계속 뒷걸음질 치면서 국제 준비금에서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58%로 수십 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그렇지만 여전히 유로화(20%)의 비중보다는 크게 앞서 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유로화의 영향력이 자동적으로 확장되지는 않을 것이며, 스스로 그 자리를 얻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유럽은 더 깊고 유동성이 풍부한 자본시장, 법적 기반의 강화 및 개방 무역을 뒷받침할 안보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유로화의 국제적 역할은 수십 년째 정체 상태다. 유럽연합(EU)의 금융 통합이 미완에 머물러 있고, 각국 정부도 통합을 위한 정치적 의지가 부족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라가르드 총재는 유로화가 글로벌 통화로서의 위상을 강화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군사적 역량을 함께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가르드는 "투자자, 특히 공식 기관 투자자들은 지정학적 안정성을 중시하며, 신뢰할 수 있는 안보 파트너이자 실질적 군사력을 가진 지역의 자산에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유럽은 국제 무역에서 유로화를 청구 및 결제 통화로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한 방안으로 새로운 무역협정 체결, 국경 간 지급 결제 시스템 강화, ECB와의 유동성 협정 확대 등을 제시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하지만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유로존 내부의 자본시장 개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유로존의 자본시장은 분절돼 있고 비효율적이며,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몰릴 수 있는 안전자산이 충분히 유동적이지도, 널리 유통되지도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