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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에 월마트는 가격 인상 vs 홈디포는 현상 유지...소매업계 엇갈린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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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에 월마트는 가격 인상 vs 홈디포는 현상 유지...소매업계 엇갈린 대응

업체별 수익률 차이로 관세 흡수 능력 달라져, 포트폴리오 가격 전략 주목
2025년 1월 28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해밀턴에 있는 월마트 매장 내부에 쇼핑 카트가 줄지어 서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1월 28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해밀턴에 있는 월마트 매장 내부에 쇼핑 카트가 줄지어 서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관세 정책을 둘러싸고 미국 대형 소매업체들이 상반된 가격 전략을 내놓으며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지난 24(현지시각) 배런스 보도에 따르면, 월마트는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을 예고한 반면 홈디포는 전반적인 가격 안정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두 업체의 엇갈린 태도는 소매업계가 수십 년간 계속된 높은 물가상승 여파 속에서 고율 관세 환경을 헤쳐나가야 하는 어려움을 보여준다. PwC 소비재 시장 부문 리더인 알리 퍼먼은 "매우 어려운 결정이 된다""단순히 재무 결정이 아니라 고객 관계에 대한 결정"이라고 배런스에 말했다. 그는 "어떤 소매업체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고객에게 바가지를 씌운다는 비난을 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월마트 경영진이 가격 인상 발언을 한 며칠 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 소셜에 가격을 올리는 대신 "관세를 감수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 게시물 때문에 다른 소매업체들이 대통령의 분노를 피하려고 가격 책정에 좀 더 신중한 접근법을 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배런스는 분석했다.

◇ 업체별 수익률 격차가 관세 대응 전략 좌우


소매업체들이 서로 다른 가격 전략을 채택하는 배경에는 사업 모델과 수익성 차이가 있다. 리서치 회사 김 크레딧(Gimme Credit)의 애널리스트 캐럴 레븐슨은 홈디포와 같은 주택 개량용품 매장이 식료품점보다 가격을 낮게 유지할 수 있는 '여유'가 많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홈디포는 지난 2월 마감 회계연도 조정 영업이익률이 13.5%를 기록한 반면, 월마트는 4.4%에 그쳤다. 식료품과 기타 필수품은 가전제품 및 기타 제품보다 마진이 낮은 품목이기 때문이다.

퍼먼은 "전체 제품 포트폴리오에 걸쳐 가격 책정 전략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며 대부분의 소매업체가 관세의 영향을 상쇄하고 가격을 최대한 낮게 유지하려고 가격 인상과 여러 다른 전략을 함께 쓸 것이라고 말했다.

타겟 최고경영자 브라이언 코넬은 언론과의 통화에서 "우리는 경쟁 상황을 살피고 매주 조정을 하고 있다""끊임없이 가격을 조정하고 있는데, 어떤 가격은 오르고 어떤 가격은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이는 매일 이뤄지는 지속적인 노력"이라고 덧붙였다.

◇ 실제 가격 변동은 제품별로 천차만별


홈디포가 전반적인 가격 안정을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제품별 가격 변동이 나타나고 있다. 배런스가 데이터 회사 오픈브랜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 첫째 주부터 5월 초까지 홈디포에서 판매된 7가지 가전제품 가격은 제각각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닌자 에어프라이어는 112일부터 511일까지 129달러 99센트로 동일하게 유지됐다. 다른 소매업체에서 해당 에어프라이어의 평균 가격이 약 4% 상승했는데도 말이다. 반면 LG 드럼 세탁기의 진열가는 같은 기간 1199달러에서 1249달러로 약 5% 상승했다.

특히 프로모션 및 할인 적용 뒤 순가격은 798달러에서 1249달러로 약 56% 급등했다. 월풀 식기세척기의 순가격은 같은 기간 평균 6.4% 상승했다.

홈디포 대변인 베스 말로는 배런스에 보낸 이메일에서 "가격이 변동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며 이는 정상적인 사업 과정의 일부"라며 "우리는 고객 가치를 대변하는 회사로서 매장 전체의 가격을 포트폴리오 기준으로 관리한다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런 포트폴리오 가격 책정 방식은 각 품목의 가격을 개별로 책정하는 것이 아니라 소매업체의 모든 제품군을 고려해 가격을 책정한다. 모든 제품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것이 반드시 목표는 아니다. 예를 들어, 어떤 제품은 단순히 고객을 끌어들이려고 가격을 낮게 책정할 수도 있고, 어떤 제품은 마진을 보호하려고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도 있다.

월풀과 LG전자 같은 제조업체들도 관세 영향을 반영한 가격 조정에 나서고 있다. 월풀 경영진은 지난 4월 실적 발표에서 지난 12개월 동안 여러 차례 가격 인상에 더해 기계 부품 관세 인상분을 상쇄하려고 그달 "가격 조치를 성공적으로 시행했다"고 발표했다. LG전자도 2분기 가격 인상에 대한 "로드맵"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관세로 인한 가격 변동은 소비자가 어디서, 무엇을, 언제 구매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배런스는 "매우 불만족스러운 결론은, 어디서 쇼핑하고, 무엇을 사고, 언제 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라며 "이제 가격 비교 도구를 켜야 할 때"라고 분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