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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조건으로 ‘나토 東進 중단’ 보장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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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조건으로 ‘나토 東進 중단’ 보장 요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조건으로 미국과 유럽 주요국들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東進) 중단을 서면으로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9일(이하 현지 시각) 보도했다.

로이터는 크렘린 고위 관계자 등 3명의 러시아 소식통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나토의 동진 중단 외에도 대러 제재 완화,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어 사용자 보호, 러시아의 해외 동결 자산 문제 해결 등을 평화 협상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한 러시아 소식통은 “푸틴은 평화를 원하지만 아무 대가 없이 전쟁을 끝내려는 건 아니다”라면서 “우크라이나·조지아·몰도바 등 옛 소련 국가들의 나토 가입을 영구히 배제하는 서면 약속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 소식통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시간 넘게 통화한 뒤 우크라이나와의 휴전 시기 등을 담은 ‘평화 합의 초안 양해각서’를 마련하자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러시아는 현재 자국 측 초안 작성에 착수했으며 작성 완료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예측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이 전투를 계속하면서 휴전 협상에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지난 25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푸틴이 완전히 미쳐버렸다”며 대규모 공습을 비판했다.

전황이 러시아에 유리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유럽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를 점령하고 있으며 루한스크 전역과 도네츠크, 자포리자, 헤르손 지역의 상당 부분 그리고 하르키우와 수미 일부까지 통제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지역까지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러시아 소식통은 “푸틴은 영토 문제에서 더욱 완고해졌으며, 4개 동부 지역 전체에 대한 완전한 통제 없이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 포기를 전제로 한 어떠한 합의도 거부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그간 여러 차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주권적 결정을 좌우할 수 없다”며 강력한 안보 보장을 서방에 요구해왔다. 나토도 러시아 요구에 따라 ‘오픈도어 정책’을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로이터는 푸틴 대통령이 2021년 12월 나토와의 잠재적 협정 초안을 제안하며 우크라이나 등 새로운 회원국 수용을 금지하는 조항을 포함시켰다고 전했다. 그러나 당시 미국과 나토는 “러시아가 나토 확대에 대한 거부권을 가질 수 없다”고 일축했다.

푸틴 대통령은 나토의 지속적 확대가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배신이었다고 주장해왔다. 로이터에 따르면 푸틴은 1990년 제임스 베이커 미 국무장관이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서기장에게 “나토는 동쪽으로 1인치도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점을 여전히 문제 삼고 있다. 다만 해당 발언은 구두로만 있었고 소련 해체 전이었다는 점에서 서방은 이를 공식 약속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핀란드(2023년)와 스웨덴(2024년)은 나토에 가입했으며 서유럽 지도자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하면 다음에는 나토를 공격할 수 있다”며 강경 대응을 천명해왔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과장된 공포 조장”이라고 반박하면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더 큰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