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가스 저장량 5년 평균 20% 하회, 배당수익률 9% 매력, 쉘·BP 대비 저평가

유럽의 천연가스 저장량이 역사적 평균을 크게 밑돌면서 향후 가스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가운데, 유럽 최대 천연가스 공급업체인 노르웨이 에퀴노르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 투자분석업체 시킹알파는 지난 29일(현지시각) 발표한 보고서에서 "유럽의 구조적 가스 공급 부족으로 에퀴노르가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올해 4월과 5월 유럽의 천연가스 재고는 증가했지만, 5년 평균 저장량 수준과 비교한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며 "10월 난방시즌 시작 전까지 저장 수준이 5년 평균에 도달할 가능성이 낮다"고 진단했다. 이는 유럽연합(EU)이 요구하는 저장 용량의 83%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 에퀴노르 실적 견조...가스 발전 부문 성장
에퀴노르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26억3000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와 거의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6% 증가했는데, 이는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82달러에서 73달러로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나타난 결과다.
특히 에퀴노르 업스트림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천연가스이며, 상당 부분이 노르웨이에서 공급돼 유럽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유럽 천연가스 현물 가격은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상승해 저유가를 상쇄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분석됐다.
회사의 발전 부문 변화도 주목할 부분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부문은 소폭 하락한 반면 가스 발전은 상당한 증가를 보였다. 에퀴노르의 재생에너지 발전 부문은 2023년과 지난해 두 해 동안 유일하게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분야다.
가장 최근 분기 매출은 19% 증가한 299억 달러를 넘어섰다. 총 금융 부채는 지난해 1분기 194억 달러에서 최근 분기 205억 달러로 증가했다. 에퀴노르는 자사주 매입을 위해 분기당 약 5억~5억5000만 달러를 꾸준히 할당해왔다.
◇ 유럽 가스 시장 구조적 공급 부족 심화
유럽의 천연가스 공급 상황은 2021년부터 근본적 변화를 겪고 있다. 2021년 풍력 발전 부족으로 백업 공급원인 천연가스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급등했고,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 불안정성이 더욱 심화됐다.
2022년 이후 EU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은 약 75% 감소했다. 올해 1분기에는 러시아 수입량이 지난해 분기당 135억㎥에서 100억㎥로 추가 감소했는데,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가스 수송 중단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대유럽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은 급격히 증가해 올해 1분기 184억㎥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160억㎥보다 늘어난 수치지만, 2021년 동기 40억㎥과 비교하면 4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체 공급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EU 최대 천연가스 공급국인 노르웨이의 생산량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올해 생산량은 작년 대비 약 60억㎥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가스의 주요 대체재인 미국도 2023년 말부터 천연가스 생산이 정체 상태에 있다.
EU는 현재 2027년 말까지 러시아산 가스 수입과 기타 러시아 에너지원을 완전히 중단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시킹알파는 "비러시아 공급의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것조차 불안정해 보이며, 노르웨이와 미국 같은 주요 공급국들은 수출을 극적으로 늘릴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 밸류에이션 매력도 높아
투자 관점에서 에퀴노르는 현재 주가수익비율(P/E) 7배를 약간 넘는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쉘(10.6배), BP(11.7배) 등 유럽 주요 석유업체와 비교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과거 배당금 기준 배당수익률은 거의 9%에 달해 경쟁사 대비 매력도가 높다고 평가된다.
시킹알파는 "유럽의 천연가스 시장은 당분간 지속적인 공급 압박 상태에 놓일 것"이라며 "가을과 겨울이 가까워질수록 실제 저장량과 과거 평균 사이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에퀴노르의 상승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날씨 변화, 예상치 못한 EU-러시아 화해 가능성, 유럽 경제 둔화, 중국의 LNG 수요 감소 등이 잠재적 리스크 요인이라며 투자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