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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홍콩에 국제조정기구 출범...트럼프 일방주의에 대항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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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홍콩에 국제조정기구 출범...트럼프 일방주의에 대항 포석

32개국 서명·80개국 대표 참석...中 우호국 중심 구성, EU·G7 불참
왕이 "제로섬 사고 대체" 강조...남중국해 중재 무시한 중국의 이중성 지적
왕이(Wang Yi) 중국 외교부장(가운데)이 5월 30일 홍콩에서 열린 국제조정기구(IOMed) 설립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왕이(Wang Yi) 중국 외교부장(가운데)이 5월 30일 홍콩에서 열린 국제조정기구(IOMed) 설립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독트린에 맞서는 새로운 국제 질서 구축의 하나로 홍콩에 본부를 둔 국제조정기구(IOMed)를 출범시켰다고 30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30일 홍콩에서 열린 출범식에는 중국을 포함해 총 32개국이 서명했으며, 80개 이상의 국가와 20개 이상의 국제기구가 대표를 파견했다. 홍콩 정부는 IOMed를 의견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국제 정부 간 기구로 설명하며, "기존 분쟁 해결 기관을 유용하게 보완하고 국제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새로운 플랫폼"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IOMed를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국제사법재판소(ICJ) 및 상설중재재판소(PCA)와 같은 범주에 놓는다고 말했다. 새로운 기관은 올해 말쯤 공식 개관할 예정이며, 홍콩 완차이 상업지구의 1932년 건립된 전 경찰서 건물을 개조해 자리 잡을 예정이다.

서명국 대부분은 아프리카 출신이며,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카리브해 국가들이 섞여 있다. 유럽에서는 중국과 매우 가까운 벨라루스와 세르비아 두 나라만이 명단에 올랐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이나 G7 선진국 중 어느 나라도 이 기구에 가입하겠다고 서명하지 않았다.
IOMed 프로젝트는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설립 시기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일방적인 무역 및 외교 정책을 추진하는 시기와 일치한다.

30일 기념식에서 아무도 미국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연설에는 워싱턴에 대한 우회적 비판이 포함됐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IOMed의 설립이 "'당신이 지면 내가 이긴다'는 사고방식의 제로섬 사고방식을 대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가 145%나 부과되는 충격을 받았고, 이달 초 양측이 무역전쟁을 완화하기 전까지는 적어도 일시적으로나마 그런 상황이었다.

왕 부장은 더 직설적으로 새로운 조정기구가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보호무역주의가 국제 무역 질서를 탈선시키겠다고 위협할 때, 그리고 일방주의가 글로벌 공급망을 뒤덮을 때, 균형을 회복하는 것은 분열이 아니라 대화"라고 강조했다.

서명국과 참석자들이 주로 중국에 우호적인 국가들이었기 때문에 베이징과 시진핑 주석에 대한 칭찬이 많았다. 모하마드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은 서명식을 "역사적"이라고 표현했다.

다르 장관은 이 기관이 "지정학적, 기술적 틀을 초월하는 새롭고 떠오르는 도전"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최근 군사 충돌을 촉발한 잠무-카슈미르 지역을 둘러싼 인도와의 오랜 갈등을 언급하며 이 지역을 "남아시아 분쟁의 주요 원인"이라고 묘사했다. 인도는 IOMed에 서명하지 않았다.

왕 외교부장은 모든 서명국이 조약을 "신속히 비준"하고 더 많은 국가가 프레임워크에 "적극적으로 가입"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자체가 국제 중재의 결과를 항상 존중하는 것은 아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엔리케 마날로 필리핀 외무부장관은 지난 30일 도쿄에서 열린 닛케이 '아시아의 미래' 포럼에서 중국이 남중국해에 대한 광범위한 영유권 주장을 부인하는 2016년 국제 중재 결정을 완전히 거부했다고 상기시켰다.

상설중재재판소는 유엔 해양법협약에 근거하여 필리핀의 역사적으로 합법적인 권리를 인정했다. 마날로 장관은 "중국의 불법적이고 부식적인 행동에도 불구하고 필리핀은 해양 수역 내에서 우리의 합법적인 권리에 대한 도전에도 불구하고 외교와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IOMed 출범은 중국이 서구 주도의 국제 질서에 대안을 제시하려는 전략의 하나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자신에게 불리한 국제 중재 결과는 무시하면서 새로운 중재 기구를 설립하는 것에 대한 국제사회의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EU와 G7 국가들이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이 기구가 진정한 국제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중국 우호국 중심의 구성은 오히려 국제사회의 분열을 심화시킬 우려도 제기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