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스쿨, 공산당 간부들의 '해외 당 학교' 오명
트럼프 행정부, 중국 연계 학생 비자 취소 압박
트럼프 행정부, 중국 연계 학생 비자 취소 압박

◇ 케네디 스쿨, 출세 노리는 당 간부들에게 '선호'
수십 년간 중국 공산당은 수천 명의 중견·고위 관료들을 미국 유수의 대학으로 보내 행정 연수와 대학원 과정을 밟게 했다. 그중 하버드 대학교는 중국 외 '최고의 당 학교'로 불릴 정도로 선호되는 목적지였다. 특히 하버드 케네디 스쿨(Kennedy School of Government)은 공산당 고위 관료 자리에 오르거나 당의 엘리트 정치국에 합류한 이들을 다수 배출하며 명성을 쌓았다.
실제로 상하이의 주요 당 신문이 운영하는 온라인 플랫폼 상하이 관찰자(Shanghai Observer)는 2014년 논평에서 "중국 공산당의 '해외 당 학교' 순위를 매긴다면, 미국 하버드 대학교의 케네디 스쿨이 최고 자리를 차지할 자격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 고위급 인재 다수 배출…중국 핵심 인사들의 산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 고위급 인사들이 대거 배출됐다. 리위안차오(李源潮) 전 국가부주석은 2002년 하버드 케네디 스쿨에서 중견 간부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는 당시 난징시 당 서기였으며, 2009년 하버드 방문 시 연설에서 학교에서 들었던 첫 수업이 위기 관리에 중점을 두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난징으로 돌아온 뒤 수십 명이 사망한 식중독 사건을 성공적으로 처리했다며 "200명 이상의 생명이 제때 구조되었고, 용의자는 36시간 이내에 체포되었다. 우리는 이에 관해 현지 주민과 중앙정부로부터 칭찬을 받았다"고 밝혔다.
시진핑 주석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류허(劉鶴) 전 부총리 역시 1995년 하버드 케네디 스쿨에서 공공 행정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 정치국 위원인 리훙중(李鴻忠)도 1999년 하버드에서 단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뿐만 아니라 시진핑주석의 딸 시밍쩌(習明澤)는 2010년대 초 가명을 사용해 하버드 학부생으로 재학했으며, 장쩌민 전 중국 주석의 손자 앨빈 장과 보시라이(薄熙来) 전 정치국 위원의 아들 보과과(薄瓜瓜) 등 엘리트 자녀들도 하버드에서 학위를 취득했다. 보과과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하버드 케네디 스쿨에 재학하며 공공 정책 석사 학위를 받았다.
◇ 트럼프 행정부, '中 공산당 연계 학생' 비자 압박 강화
이러한 상황은 미국 정치권의 우려를 낳고 있다. 일부 미국 정치인들은 중국 공산당이 미국 학계의 전문 지식을 활용해 궁극적으로 미국 이익을 해친다고 지적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5월 22일, 하버드 대학교가 공산당과 협력했다고 비난하며 외국인 학생 등록 승인을 취소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하버드에 30일 이내에 소명 기회를 주었지만, 하버드는 외국인 학생 등록을 유지하고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수요일, 미국 비자 신청 기준을 강화하고 "공산당 관련자 또는 민감 분야 전공 중국 유학생 비자를 적극 취소·거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중국 학생 비자 정책에 대한 압박을 가했다. 이에 대해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목요일 미국의 조치가 "중국 학생들의 정당한 권익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버드가 외국인 학생 입학 수를 15%로 제한하고, 합격하는 학생들이 "우리나라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들"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 대학들은 베이징이 1990년대에 관료들에게 서구의 공공 정책 아이디어와 관행을 접하게 함으로써 거버넌스를 개선하는 방법으로 대규모로 조직하기 시작한 중견 관리들을 위한 해외 연수 프로그램을 형성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시러큐스 대학교, 스탠퍼드 대학교, 메릴랜드 대학교, 럿거스 대학교 등도 중국 관리들에게 행정 연수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뿐만 아니라 싱가포르의 난양 이공대학 등 아시아·유럽의 유수 대학들도 중국 공산당 간부 양성에 기여했다. 특히 싱가포르의 난양 이공대학은 1990년대 초반부터 수천 명의 중국 관료들을 교육했으며, 대부분은 통칭 '시장반'으로 알려진 대학원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했다.
◇ 미·중 갈등 속 '학문적 자유 vs 국가 안보' 쟁점 부상
미국 보수 진영에서는 "중국 공산당이 미국 학계의 전문 지식과 네트워크를 전략적으로 흡수해 미국 이익을 해칠 수 있다"며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학계에서는 "학문적 개방성과 국가 안보의 균형"이라는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하버드를 비롯한 미국 명문대가 중국 공산당 간부들의 '해외 연수장' 노릇을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또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는 미국 사회의 중요한 논쟁거리다. 특히 미·중 전략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유학생 정책과 대학의 국제화 전략, 학문적 자유와 국가 안보 간의 균형에 대한 논의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