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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원전 베트남 진출, 2030년 목표 vs 2040년 현실적… 건설 시기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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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원전 베트남 진출, 2030년 목표 vs 2040년 현실적… 건설 시기 엇갈려

베트남 전력 수요 5배 늘어날 전망, 일본은 신형 원전 기술 국내 먼저 적용하겠다는 뜻
2024년 6월 4일 베트남 훙옌(Hung Yen)성에 있는 베트남 전력회사 소유의 국영 전력회사인 포노이(Pho Noi) 발전소에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4년 6월 4일 베트남 훙옌(Hung Yen)성에 있는 베트남 전력회사 소유의 국영 전력회사인 포노이(Pho Noi) 발전소에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베트남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다시 추진하면서 일본의 원전 수출 기회가 열렸지만, 양국이 건설 시기를 놓고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니케이신문이 지난 2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베트남은 2030년 원전 가동을 목표로 하는 반면 일본은 2040년쯤이 현실적이라는 뜻을 밝혔다.

◇ 베트남 원전 다시 추진, 전력 부족이 이유

베트남은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원전 건설 재개 결의안을 통과시킨 뒤 올해 4월 제8차 국가전력개발계획을 크게 바꿔 원자력을 장기 에너지 전략에 포함시켰다. 이는 2016년 돈 부담을 이유로 닌투언성 원전 건설을 중단한 지 8년 만의 정책 바뀜이다.
베트남 원전 프로그램 담당자는 "아랍에미리트와 벨라루스 등 우리와 비슷한 때에 원전 개발을 시작한 나라들이 이미 원자로를 돌리고 있고 방글라데시도 곧 끝낼 예정"이라며 "8년간 늦어진 것은 아쉽지만 차이를 줄이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베트남이 원전을 다시 추진하는 까닭은 급격한 전력 수요 증가 때문이다. 베트남의 전력 소비량은 2050년까지 5배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이는 가운데, 지금 전력의 절반 넘게 석탄과 가스 화력발전에 기대고 있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이 어려운 형편이다.

토람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지난해 원자력을 "안정된 전력 공급 확보와 세계 흐름에 맞는 꼭 필요한 선택"이라고 선언했다. 토람은 베트남 공산당 창당 100돌인 2030년에 맞춰 원전 가동을 목표로 정했지만, 바뀐 제8차 국가전력개발계획에서는 첫 원전 가동 때를 2030~2035년으로 제시했다.

◇ 일본, 신형 원전 기술 국내 먼저 쓰겠다는 고집

일본 정부 담당자는 지난 2월 베트남을 찾아가 "지금 내놓을 수 있는 원자로 모델이 없다"며 가장 빠른 가동 때를 2036, 실제로는 2040년 뒤로 제시했다고 전해졌다.

일본은 2016년까지 베트남에 홋카이도전력 도마리 원전 3호기와 같은 가압수형 원자로(pressurized water reactor) 모델 건설을 계획했다. 하지만 베트남이 원전 건설을 멈춘 8년 사이 기술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 일본의 유일한 가압수형 원자로 공급업체인 미쓰비시중공업이 지금 개발 중인 차세대 경수로 'SRZ-1200'을 국내에서 먼저 써본 뒤 베트남에 수출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대형 전력회사 고위 간부는 "베트남의 원전 재시작 결정이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우리는 쯔엉 전 서기장이 명년 1월 공산당 대회에서 물러난 뒤에야 본격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일본이 원전 수출을 추진하는 까닭에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뒤 국내 새 원전 건설이 중단되면서 관련 산업 생태계 유지가 절실한 상황이 작용하고 있다. 일본은 1960년대부터 2010년쯤까지 총 57기의 원자로를 지었으며, 현지 조달률이 90%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을 갖게 됐다.

원자로 하나는 약 1000만 개의 부품으로 이뤄지며, 일본은 프랑스·러시아·중국과 함께 모든 핵심 부품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4개국 중 하나다. 하지만 후쿠시마 사고 뒤 새 건설이 중단되면서 이미 약 20개 기업이 원전 분야에서 물러났고, 대학 원자력공학과 입학생도 계속 줄고 있다.

해마다 약 2조 엔(192800억 원) 규모의 시장과 5만 명의 인력을 유지하려고 일본 원전 산업계는 해외 진출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2012년 히타치가 영국에서, 2013년 미쓰비시중공업이 터키에서 각각 원전 사업을 따냈지만 모두 무산됐다.

한편 지난 4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베트남을 찾았을 때 양국은 에너지 협력 강화에 합의했지만,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는 원자력을 간단히 언급하는 데 그쳤다. 양국 정부는 천연가스와 풍력에너지 관련 사업을 포함해 총 200억 달러(275000억 원) 규모의 에너지 협력 사업 14개를 발표했지만, 원자력은 빠졌다.

베트남 정부 소식통은 "일본이 혼자 진행하기 어렵다면 미국·프랑스·한국 등과 손잡는 것을 생각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베트남은 연말까지 일본의 답을 기다리고 있으며, 원자력 기술은 자동차·전자부품·반도체 장비와 함께 일본이 여전히 강한 세계 경쟁력을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트란치탄 베트남 원자력연구소 소장은 "공적개발원조와 직접투자를 통해 우리 발전을 도와준 일본은 마음속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후쿠시마가 큰 차질을 빚었지만, 일본의 원전 기술은 여전히 앞서고 믿을 만하다고 널리 여겨진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