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헌터 부총재 "무역상품 가격 하락압력·투자·생산량·고용 감소 예상"
중국 생산업체의 제품 이전으로 호주에 디스인플레이션 효과 전망
중국 생산업체의 제품 이전으로 호주에 디스인플레이션 효과 전망

사라 헌터 RBA 부총재는 3일 브리즈번에서 행한 연설에서 "호주중앙은행은 전 세계적으로 무역 정책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투자, 생산량 및 고용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응
헌터 부총재는 "현재 상황의 예측 불가능성과 전례 없는 특성으로 인해 충격의 크기를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어렵다"며 "앞으로 우리는 어떤 가정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가장 가까운지 주의 깊게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주 경제와 노동 시장에 대한 예상되는 타격은 RBA가 지난달 금리를 2년치 최저치인 3.85%로 인하하고 향후 몇 달 동안 더 많은 정책 완화의 문을 연 이유 중 하나였다.
RBA는 세계 무역에 대한 심각한 하방 시나리오와 관세가 철회되는 무역 평화 시나리오를 모두 고려했다고 밝혔다.
헌터 총재는 "5월 통화정책 성명서의 시나리오에 대한 벤치마킹은 현재 상황과 전망을 가장 잘 반영하는 시나리오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사회는 그에 따라 정책 설정을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중국 생산업체 이전으로 디스인플레이션 효과
RBA는 미국의 관세 인상에 직면한 중국 생산업체들이 자사 제품을 다른 시장으로 이전하려고 시도함에 따라 이번 관세가 호주에 디스인플레이션을 가져올 것이라고 판단했다.
헌터 부총재는 "호주와 같이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국가의 경우 이것이 수입 가격으로 흘러 들어가 제품을 더 저렴하게 만들고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의 관세 정책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 않는 국가들에게는 오히려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 제조업체들이 미국 시장 접근이 어려워지면서 대체 시장을 찾는 과정에서 가격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인플레이션 목표 범위 복귀
호주의 최근 인플레이션 지표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이고 있다. 헤드라인 소비자 물가 인플레이션은 1분기에 2.4%를 유지했고, 근원 인플레이션의 주요 절사 평균 척도는 2.9%로 둔화되어 2021년 말 이후 처음으로 RBA의 목표 범위인 2%에서 3%로 복귀했다.
이러한 인플레이션 둔화는 RBA가 통화정책을 완화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고 있으며,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추가적인 디스인플레이션 압력은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신중한 정책 접근 필요
RBA의 이번 발언은 글로벌 무역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중앙은행의 신중한 접근을 보여준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상황에 따라 정책을 조정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특히 호주는 중국과의 무역 관계가 밀접한 국가로서, 미중 무역 갈등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RBA는 이러한 대외 리스크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