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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외교' 걷어찬 칠레의 결단… 미·중 '해저 광케이블' 패권 전쟁터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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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외교' 걷어찬 칠레의 결단… 미·중 '해저 광케이블' 패권 전쟁터 됐다

칠레 정부, 중국 해군 병원선 '실크로드 아크'호의 자국인 대상 선상 진료 최종 불허
홍콩-칠레 잇는 해저 광케이블 사업권 두고 미국이 비자 제한 카드 꺼내며 칠레 압박
남미 내 중국 통신 장비 퇴출 가속화… 신뢰성 앞세운 한국 전선 업계 수주 반사이익 기대
칠레 보건부는 자국 연안에 도착한 중국 해군 병원선 '실크로드 아크(Silk Road Ark)'호의 의료 지원 요청을 최종 승인하지 않았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칠레 보건부는 자국 연안에 도착한 중국 해군 병원선 '실크로드 아크(Silk Road Ark)'호의 의료 지원 요청을 최종 승인하지 않았다. 이미지=제미나이3
최근 남미의 경제 요충지인 칠레가 중국의 '의료 외교' 제안을 전격 거부하면서 미·중 패권 다툼이 정보통신(IT) 영토 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로이터통신(Reuters)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칠레 보건부는 자국 연안에 도착한 중국 해군 병원선 '실크로드 아크(Silk Road Ark)'호의 의료 지원 요청을 최종 승인하지 않았다.

이번 결정은 표면적으로는 자국 의료법 위반을 내세웠으나, 실질적으로는 해저 광케이블 사업권을 둘러싼 미국의 고강도 압박이 작용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안보와 맞바꾼 진료… '실크로드 아크'호 입항 거부의 전말


중국 해군의 자부심으로 불리는 '실크로드 아크'호는 지난 25일 칠레 발파라이소(Valparaiso)항 인근에 닻을 내리고 현지인 대상 의료 서비스를 제안했다.

하지만 칠레 보건당국은 이틀 만인 27일, 칠레 의료법상 국내 전문가 등록이 되지 않은 인력의 의료 행위는 불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며 중국 측 제안을 공식적으로 물리쳤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사태가 칠레가 추진 중인 '남태평양 해저 광케이블' 사업과 직결되어 있다고 본다. 현재 중국 기업 두 곳이 홍콩과 칠레를 잇는 이 프로젝트에 도전장을 내민 상태이나, 미국은 보안 위협을 이유로 칠레 정부를 정조준해 왔다.

알베르토 반 클라베렌(Alberto van Klaveren) 칠레 외교장관은 "중국의 해저 케이블 건설 제안이 미국의 심각한 안보 우려를 촉발했다"라고 밝히며 갈등의 본질이 통신 인프라 주도권에 있음을 시사했다.

'훈볼트' 프로젝트의 가속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미국의 전방위 압박은 칠레가 구글(Google)과 협력하여 추진 중인 '훈볼트(Humboldt)' 프로젝트와 궤를 같이한다.
칠레 발파라이소와 호주 시드니를 잇는 약 1만4800km의 이 거대 해저 광케이블 사업은 오는 2026년 4분기 상업 운용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이 과정에서 중국 자본이 개입된 별도의 노선이 안보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을 우려해 관련 관리들에게 비자 제한 조치라는 초강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갈등은 향후 남미 지역 전체의 통신 인프라 수주 지형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의 '클린 네트워크' 정책이 해상으로 확대됨에 따라 중국산 통신 장비에 대한 진입 장벽은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기술력과 보안 신뢰성을 동시에 갖춘 한국 기업들에는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여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 전선업계의 '남미 특수' 기대와 전략적 과제


실제로 LS전선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북미와 멕시코를 잇는 통합 공급망을 구축하며 남미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고 있다.

멕시코 케레타로의 신규 생산 거점과 미국 내 대규모 해저 케이블 공장 건설은 향후 칠레 등 남미 인프라 수주전에서 물류와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결정적 무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안보 이슈로 중국이 배제되는 틈을 타 한국 기업들이 '신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부각되며 상당한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의료 외교 무산에 직면한 중국이 칠레의 주력 수출품인 구리나 농산물 수입을 제한하는 방식의 경제적 보복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칠레의 이번 결단은 디지털 영토를 지키려는 강대국들 사이에서 남미의 통신 주권이 향하는 방향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우리 기업들 또한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한 정교한 현지화 전략과 '상생형 수주 모델' 확립을 통해 이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