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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상장사 4곳 중 1곳 ‘적자 쇼크’… 소비 부진이 부른 25년 만의 최악 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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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상장사 4곳 중 1곳 ‘적자 쇼크’… 소비 부진이 부른 25년 만의 최악 실적

부동산 침체·소득 정체에 상장사 26% 순손실… 제조 강국 집착이 내수 위축 초래
반도체·희토류 등 ‘기술 자립’ 업종은 독주… 韓 산업계, 중국발 공급 과잉 경계해야
중국 베이징 중심업무지구(CBD)의 사무실 건물들을 바라보는 전망대에 사람들이 서 있다, 2025년 11월 12일.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베이징 중심업무지구(CBD)의 사무실 건물들을 바라보는 전망대에 사람들이 서 있다, 2025년 11월 12일. 사진=로이터
중국 경제를 지탱하는 상장 기업들의 실적이 25년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장기화된 부동산 침체가 가계 자산 가치를 끌어내리고, 이것이 다시 소비자 지출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고착화된 결과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 조사에 따르면, 12월 결산 기준 중국 본토 상장사 약 2900개 기업 중 26%에 달하는 1443개 사가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IT 버블 붕괴 시기인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적자 기업 비율이다.

부동산·유통업계 ‘직격탄’… 춘절 연휴 연장도 효과 미미


중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바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인 '중국반커'는 지난해 약 820억 위안(약 120억 달러)의 기록적인 순손실을 냈다. 상장된 부동산 기업 100곳 중 58곳이 적자를 낼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부동산 경기와 직결된 가구 유통업체 '레드 스타 맥칼라인'과 대형 슈퍼마켓 체인 '용후이 슈퍼스토어' 등 유통·소비재 기업들도 매장 폐쇄와 손상차손으로 인해 수조 원대의 적자를 기록하며 내수 절벽의 현실을 보여줬다.

중국 정부는 소비 진작을 위해 올해 춘절 연휴를 9일로 연장하는 등 고육책을 내놓았으나, 정작 1인당 관광 소비 지출은 감소하며 '무늬만 화려한' 성적표를 거두었다.

소득 성장이 멈추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자, 정부의 인위적인 부양책이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시진핑의 ‘기술 굴기’는 명암… 태양광은 과잉, 칩·희토류는 비상


내수 소비 부진 속에서도 시진핑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기술 자립’ 관련 업종은 뚜렷한 대비를 보였다.

반도체 장비업체인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패브리케이션'은 순이익이 30% 증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고, AI 칩 설계사인 '캄브리콘'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또한. 수출 제한 조치로 가격을 끌어올린 '중국북희토류'는 순이익이 120% 폭증하며 국가 주도 전략 산업의 위력을 과시했다.

반면, 과도한 설비 투자로 공급 과잉에 빠진 태양광과 자동차 산업은 극심한 '제 살 깎아먹기' 경쟁에 신음하고 있다.

롱이 그린 에너지 등 태양광 선두 기업들이 수조 원대 적자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재생 에너지 장려 정책 때문에 부실 시설 폐쇄가 늦춰지며 시장의 왜곡을 심화시키고 있다.

차이나 디플레이션의 수출 공습… 한국 산업계의 대응 과제 산적


중국 상장사들의 대규모 적자와 공급 과잉 상태는 한국 기업들에 ‘차이나 디플레이션’ 전이와 공급망 재편이라는 이중의 과제를 던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수 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한 중국의 태양광, 철강, 화학 제품들이 재고 처리를 위해 글로벌 시장에 초저가로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이에 대응해 우리 기업들은 단순 가격 경쟁을 지양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차별화 전략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방어하는 체질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동시에 중국이 반도체와 핵심 광물 분야에서 수익성을 높이며 자급률을 올리고 있는 만큼, 국내 반도체 및 방산 업계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공급망 다변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특히 소비재 분야에서는 중국 내수 소비가 저가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을 읽고 실속형 라인업을 강화하거나, 동남아시아와 중동 등 성장 잠재력이 큰 포스트 차이나 시장으로 매출 거점을 빠르게 이동하는 유연한 전략 수립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