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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AI '전력 폭식'에 세계 전력망 비상…데이터센터 한 곳, 원전 1/4기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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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AI '전력 폭식'에 세계 전력망 비상…데이터센터 한 곳, 원전 1/4기 '꿀꺽'

2030년 데이터센터, 일본 전체 전력 소비량 넘어서…AI가 주범
저전력 반도체·SMR로 해법 찾지만…'친환경 전환'과 충돌 딜레마
생성형 인공지능(AI) 구동을 위한 데이터센터가 전력을 '폭식'하며 세계 에너지 시장의 '블랙홀'로 떠오르고 있다. 데이터센터 한 곳이 원자력 발전소 4분의 1기와 맞먹는 전력을 소비하는 상황에서 오는 2030년에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총전력 소비량이 일본의 연간 사용량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생성형 인공지능(AI) 구동을 위한 데이터센터가 전력을 '폭식'하며 세계 에너지 시장의 '블랙홀'로 떠오르고 있다. 데이터센터 한 곳이 원자력 발전소 4분의 1기와 맞먹는 전력을 소비하는 상황에서 오는 2030년에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총전력 소비량이 일본의 연간 사용량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사진=로이터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전력 폭식'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세계 전력망에 비상이 걸렸다.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추론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를 사용하게 되자 국지적 정전은 물론 인근 산업과 주거 시설의 피해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고 닛케이가 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러한 전력 소비 급증의 배경에는 생성형 AI가 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2024년에 비해 1.6배 늘어 2027년에는 89기가와트(GW)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나아가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 데이터센터의 연간 전력 소비량이 약 945테라와트시(TWh)에 이르러 현재 일본의 한 해 총전력 소비량을 웃돌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생성형 AI에게 질문 한 번 하는 것은 구글 검색보다 10배 많은 전력을 사용하며, 우리가 '구글링'하듯 가볍게 텍스트와 이미지를 만드는 모든 과정이 막대한 에너지 소비로 이어지는 구조다.

전력 소비의 중심에는 엔비디아 같은 기업이 만드는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있다. 거대 기술기업들은 고성능 AI 모델 개발을 위해 수많은 GPU를 데이터센터에서 가동하며 경쟁하고 있다. 일례로 xAI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Grok-3' 모델 개발에 GPU 20만 대를 사용했다. 데이터센터 한 곳이 소비하는 전력은 25만 킬로와트(kW)다. 원자력 발전소 4분의 1기 용량과 맞먹고, 일반 가정 5만~8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막대한 양이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 증가는 이미 나라 차원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주요 허브 국가인 아일랜드는 2023년 나라 전체 전력 소비량의 21%를 데이터센터가 차지했다. AI 강국인 미국 역시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 비중이 2023년 4%에서 2028년 12%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 고용 늘지만…국지적 전력난과 주민 반발 부작용


AI 데이터센터가 고용을 창출하고 세수를 늘리는 등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크다. 특정 지역에 설비가 과도하게 집중되면 전력 기반 시설에 큰 부담을 주어 다른 제조업이나 주민 생활에 직접적인 지장을 줄 수 있다. 또한 냉각에 필요한 막대한 양의 물 같은 다른 사회기반시설에 주는 영향이나 경관 훼손 문제 때문에 지역 주민의 반발이 커질 위험도 있다.

AI 활용이 사회 전반의 디지털전환(DX)에 필수적이라는 점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친환경전환(GX)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상황이 맞물리면서 AI의 전력 소비는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떠올랐다.

◇ 저전력 칩·차세대 원전 SMR이 대안…"사회적 공감대 먼저"


이에 업계는 해결책을 찾느라 분주하다. AI 기업들은 전력을 적게 쓰는 소형 모델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구글은 자체 AI 반도체 'TPU'를 개발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있다. 안정된 전력 공급원으로는 원자력 발전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특히 미국 GE버노바와 일본 히타치제작소가 개발하는 소형모듈원자로(SMR) 같은 차세대 원전이 대안으로 떠오르자 거대 기술기업들은 관련 신생 기업에 대한 투자와 협력을 늘리는 추세다. 이와 함께 특정 지역의 전력 수요 집중을 피하고자 데이터센터 입지를 분산시키는 전략도 중요하게 논의하고 있다.

생성형 AI의 확산이 기존 전력망과 에너지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지점에 이른 것이다. AI 기술의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안정적인 친환경 에너지를 확보하고, 기술 발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넓혀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