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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무역대표부, LNG·차량 운반선 수수료 완화…한국 조선·해운업계에도 숨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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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무역대표부, LNG·차량 운반선 수수료 완화…한국 조선·해운업계에도 숨통

한화오션이 200번째로 건조해 SK해운에 인도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레브레사(Lebrethah)’. 사진=한화오션이미지 확대보기
한화오션이 200번째로 건조해 SK해운에 인도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레브레사(Lebrethah)’. 사진=한화오션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미국 외에서 건조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자동차 전용선에 부과하려던 각종 수수료와 제재를 일부 완화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10일(이하 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 조치는 중국의 해상 물류 지배력에 맞서 자국 조선산업을 되살리려는 전략의 일환이면서도 미국 수출기업과 동맹국 해운·조선업계의 부담을 완화하려는 절충안으로 해석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USTR은 전날 공개한 개정안에서 LNG 수출 시 일정 비율을 미국산 선박으로 운송하지 않으면 수출 허가를 정지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삭제했다.

자동차 운반선에 부과하려던 차량 한 대당 150달러(약 23만7000원)의 정액 항만 수수료도 순 톤수 기준 14달러(약 2만2000원)로 대폭 낮췄다. 아울러 미국 국방물류 프로그램(MSP)에 참여한 선박과 군 수송용 화물은 수수료 대상에서 제외됐다.
앞서 지난 4월 17일 USTR은 오는 2029년부터 LNG 수출 물량의 1%를 미국 건조 선박으로 운송하도록 의무화하고, 2047년부터는 그 비율을 15%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석유협회(API)의 롭 제닝스 천연가스시장 부문 부사장은 이번 완화와 관련해 “옳은 방향으로의 진전”이라면서 “미국 LNG의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USTR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완화 조치는 미국의 무역·안보 전략이 현실적인 산업 구조와 충돌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자국 조선업을 회복시키고 중국산 선박의 확산을 견제하려 하지만 현재 세계 시장에서 고부가가치 선박 대부분은 한국·일본·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건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LNG 수출과 수입 자동차 운송은 대부분 외국산 선박에 의존하고 있어 과도한 규제는 미국 기업들에도 역풍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이런 점에서 이번 조치는 한국 조선업계와 해운업계에도 직간접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한국은 전 세계 LNG 운반선의 약 70% 이상을 건조하고 있으며, 자동차 운반선 시장에서도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 3사는 미국 에너지 기업들과 LNG선 대규모 수주 계약을 체결했으며, 수수료 규제가 완화되면 이들 선박이 미국 항만에서 부담 없이 운항할 수 있게 된다. 또 현대글로비스 등 한국 해운사의 차량 운반선도 미국에 자주 입항하고 있어 수수료 감면은 운영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번 조치에서 USTR은 수수료 부과 대상에서 여전히 ‘미국 외 건조 선박’이라는 표현을 유지하고 있어 향후 비슷한 규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경고 신호로도 받아들여진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대중 무역정책 강화를 추진하며 일부 보호무역적 조치들이 동맹국 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업계와 법률 전문가들은 “중국을 겨냥한 정책이 결과적으로 한국·일본 등 우방국 기업들까지 포괄하면서 무역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USTR은 이번 완화안을 공개하면서 이해관계자들에게 다음 달 7일까지 의견서를 제출하게 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