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카콜라는 그동안 히스패닉 소비자들을 성장 동력으로 삼아왔으며 이들의 연간 소비력을 약 2조1000억 달러(약 2923조5000억원)로 추산해왔다. 그러나 최근 북미 지역 판매량이 3% 감소한 가운데 회사 측은 히스패닉계 소비자들의 소비 감소가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히스패닉계 소비자들의 지출 위축은 단순한 경제 문제를 넘어 공포와 불안이라는 사회적 요인이 배경에 자리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세관단속국(ICE) 단속 강화로 인해 합법적 체류자들까지 외출을 꺼리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국경경비대와 해병대까지 투입되며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 시작된 반이민 시위는 미국 전역으로 확산됐다.
이같은 분위기는 히스패닉 밀집 지역의 소비 패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텍사스주 휴스턴 인근 클리블랜드 지역에 위치한 ‘렛츠고 마켓’의 오너 데니스 킴은 "2월 이후 매출이 약 3분의 1가량 감소했고 손님들의 발길도 줄었다"고 전했다. 그는 “두려움이 가장 큰 원인 같다”고 말했다.
편의점 주차장에는 ICE 요원이 자주 출몰하고 있으며 부모들이 대신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를 시켜 식료품을 사오게 하는 일도 흔하다고 현지 상인들은 증언했다.
주류업체 콘스텔레이션브랜즈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회사는 모델로와 코로나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내 모델로 소비자의 절반, 코로나 소비자의 약 30%가 히스패닉계라고 밝힌 바 있다. 빌 뉴랜드 콘스텔레이션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인터뷰에서 “히스패닉 소비자에게 문제가 생기면 우리에게도 큰 일이 된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최근 분기 주류 소매 판매는 1% 감소했으며 이는 2013년 모델로 등 브랜드를 인수한 이후 첫 하락이다.
보스턴비어도 히스패닉 소비자 지출 감소로 트위스티드티 음료의 성장세가 둔화됐다고 밝혔다. 창업자 짐 코크는 “이 문제에 단기적인 해법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코카콜라는 지난달 영어와 스페인어로 ‘포 에브리원(For Everyone)’이라는 새로운 광고 캠페인을 시작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이는 20여 년 전 아르헨티나에서 공개된 ‘파라 토도스(Para Todos)’ 캠페인을 재구성한 것이다.
그러나 인플레이션과 함께 SNS상에서 유포된 ‘코카콜라가 ICE 단속에 협조했다’는 허위 정보는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졌다. 틱톡에는 코카콜라 대신 펩시를 집는 소비자 영상이 잇따랐고 존 머피 코카콜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디지털 시대의 현실은 허위 정보”라고 언급했다.
이같은 상황은 오프라인 매장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칸타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히스패닉계 소비자의 오프라인 매장 방문율은 전 분기 62%에서 53%로 하락했고 온라인 구매율은 51%에서 58%로 증가했다. 월그린스는 히스패닉계 고객 비중이 10.5%포인트 줄었으며 홈디포는 8.7%포인트, 달러제너럴은 6.1%포인트 감소했다.
한편, ICE는 홈디포나 7일레븐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주 찾는 매장을 집중 단속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보좌관이 직접 이같은 지시를 내린 것으로 WSJ는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