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자동차 부품업체 ‘마렐리’ 파산 보호 신청…트럼프표 관세 이후 첫 대형 부도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자동차 부품업체 ‘마렐리’ 파산 보호 신청…트럼프표 관세 이후 첫 대형 부도

일본에 있는 마렐리 공장의 자동차 부품 생산라인의 조업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본에 있는 마렐리 공장의 자동차 부품 생산라인의 조업 모습. 사진=로이터
다국적 자동차 부품업체 마렐리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어진 공급망 위기의 여파로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전기차 전환 투자 부담과 수요 둔화가 맞물리며 주요 완성차 공급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큰 타격을 받은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12일(이하 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닛산자동차와 스텔란티스의 핵심 부품 공급업체인 마렐리는 미국에서 챕터11(파산보호)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마렐리는 조명 장치와 전장 부품 등을 주로 생산하는 자동차 부품업체로 코로나19 여파로 이어진 공급망 병목과 세계 각국의 관세 강화로 자금난에 빠졌다고 밝혔다.

마렐리는 법원 제출 자료에서 “지난 3월부터 세계 각국의 관세 부과에 따른 거시경제적 압력 때문에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됐다”며 “자체 수출입 중심의 사업 구조와 자동차 부품업체를 정조준한 관세로 인해 큰 타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슬럼프 마렐리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로 원자재 수급과 노동력 확보가 모두 막힌 데다 팬데믹 이후 반도체 공급망 회복 지연까지 겹치면서 50억 달러(약 6조90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감당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마렐리는 전세계적으로 4만명의 인력을 고용하고 있으며 지난 2019년 사모펀드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피아트크라이슬러의 부품 사업부를 인수한 뒤 KKR이 보유 중이던 일본 부품업체와 통합해 설립됐다.

이 업체는 기존 차량 부품 생산라인을 전기차 시대에 맞게 전환하기 위해 수년간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으나 전기차 수요 둔화로 주요 고객사인 포드, GM 등이 생산 계획을 줄이면서 주문량이 감소했다. 이에 따라 투자 회수도 불투명해졌다는 것이다.

이번 구조조정 계획은 전체 선순위 채권자의 80% 이상 동의를 얻었으며 부채 일부를 출자전환해 재편된 신생 회사의 지분 100%로 바꾸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또 채권단과 대출기관이 10억 달러(약 1조3800억원) 이상을 신규 자금으로 제공해 사업 운영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WSJ는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