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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달러, 중동 긴장에 3년래 최저치서 반등...'안전자산' 위상 지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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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달러, 중동 긴장에 3년래 최저치서 반등...'안전자산' 위상 지키나

하루 만에 0.3% 반등...중동발 충격 강도와 지속 여부에 촉각
2009년 11월 3일 콜로라도 웨스트민스터에 있는 은행에서 100달러 지폐들이 보인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2009년 11월 3일 콜로라도 웨스트민스터에 있는 은행에서 100달러 지폐들이 보인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전날 3년 만에 최저치 수준에서 거래되던 미국 달러화가 13일(현지시각) 반등에 성공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일련의 공습을 단행한 이후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면서 달러화의 반등을 주도했다.

시장에서는 그렇지만 올해 들어 글로벌 기축통화로서 지위가 흔들리고 있는 달러화의 반등세가 이어질지에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위기 시점마다 안전자산으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했던 달러화가 이번에도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낼지에 촉각이 세워지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은 중동 지역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격화된 신호로 해석되며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에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주요 통화 대비 반등하며 0.3% 상승한 98.19선에서 거래됐다.

시장에서는 달러화가 불과 하루 전 3년 만에 최저치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반등에 성공하면서 ‘체면치레’는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렇지만 금값이 이날 1% 넘게 급등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아쉬운 성적표다.
호주 밴티지 마켓의 헤베 천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그동안 달러 및 엔과 같은 안전자산이 지탱되어 온 세 가지 축은 경제 안정성·유동성·신뢰성”이라며 “올해 들어 달러 약세는 이 세 가지 기반 모두에서 균열이 드러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달러 지수는 10%가량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미국 자산에 대한 신뢰도 약화로 이어졌고 투자자산 다각화 움직임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이에 더해 미국이 추진 중인 세제 개편 법안이 향후 10년 동안 연방 재정적자를 수조 달러 규모로 확대할 전망이고 미국의 안보 및 정치 동맹에서의 역할에도 의문이 제기되면서 달러 약세에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내셔널 호주은행의 로드리고 카트릴 전략가는 “앞으로 주목해야 할 핵심 주제는 미국 행정부의 무역 정책과 재정 남용 및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이 달러화의 안전자산 속성을 희석시키고 있는지 여부”라고 지적했다.

또한 중동발 충격의 강도와 지속 여부에도 촉각이 세워지고 있다. 이날 10% 가까이 급등한 국제유가의 향방도 변수다.

ING 외환 전략가들은 향후 시장의 관심이 “중동 지역 분쟁의 ‘심각성’과 ‘장기화 가능성’ 및 그에 따른 국제유가의 흐름에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이번 사태는 과거보다 훨씬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이는 달러화에 대한 매도 압력을 완화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 마켓 라이브의 마크 커드모어 전략가는 “이번 달러화의 반등은 피난처 자금 유입이라기보다는 미국이 세계 최대 산유국이라는 점이 핵심”이라며 “달러화가 최근 수년 만의 저점을 기록한 직후였던 만큼, 숏(매도) 포지션이 청산되며 단기 반등이 발생했고, 이는 다시 상승세를 자극하는 자기 강화적 흐름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스라엘의 공습 이전까지만 해도 중장기적 달러 약세 전망이 팽배했던 상황에서 이번 중동 사태가 달러화의 지속적 반등을 이끌 추세전환의 모멘텀이 될지에 촉각이 세워지고 있다.

최근까지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와 경기 둔화를 근거로 달러 약세 전망이 확산했지만, 유가 급등에 따른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 등도 달러화 반등 요인으로 꼽힌다.

애덤 턴퀴스트 LPL 파이낸셜 수석 기술 전략가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유가 급등은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을 키우며, 올해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를 낮추고 있다”며 “이는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중동 사태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도 변수로 남아 있다.

도쿄 미즈호 증권의 수석 데스크 전략가 쇼키 오모리는 블룸버그에 “최근 들어 포트폴리오 내에서 달러의 안전자산 역할에 관해 묻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공습에 대한 입장을 어떻게 표명하느냐에 따라 미국 국채와 달러가 추가 매도 압력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