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폐쇄에 촉각...전면전 아니면 유가 상승 폭 제한"

이날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8월 인도분 선물은 배럴당 4.87달러(7.02%) 상승한 74.2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 인도분 선물은 배럴당 4.94달러(7.26%) 상승한 72.98달러에 마감했다. WTI의 월간 상승 폭은 20%를 훌쩍 넘었다.
브렌트유 선물은 이날 한때 13% 넘게 폭등하며 78.50달러까지 치솟아 지난 1월27일 이후 4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날 이란의 핵 시설, 탄도 미사일 공장 및 군사령관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밝히면서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장기 작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이란도 현지 시각으로 이날 저녁 이스라엘에 보복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가혹한 대응’을 약속했다.
중동 지역의 갈등이 재차 불거지자 특히 중요한 해상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유가 급등을 재촉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소비량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원유, 응축수 및 연료가 매일 통과하는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다.
"단기 추가 상승 가능성...지정학 영향력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
전문가들은 그렇지만 국제유가가 추가로 급등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월가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기적이고 국지적인 충돌에 그칠 가능성에 무게를 두며 제한적 유가 상승에 무게를 뒀다.
TD증권의 수석 원자재 전략가 다니엘 갈리는 고객 보고서에서 역사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번 유가 상승은 이미 1980년대 이후의 지정학적 사건들과 유사한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갈리는 "역사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는 보통 한 달 내에 희석되고, 6개월 이내에는 완전히 사라지는 경향을 보였다"면서 "이는 이후 나타나는 거시경제 역풍과 예비 생산능력 가동 확대와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미국이 직접 개입하는 전면전 확산 시에는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CNBC에 따르면 TD증권이 1948년 이후 발생한 유사 사건 14건을 분석한 결과, 유가가 정점에 도달하는 데 평균 2.36개월이 걸렸다. 이 기간에 평균 유가 상승폭은 17%로 나타났다. 다만, 이 수치는 1973년 욤키푸르 전쟁 당시 유가가 135% 급등한 사례를 포함한 것이다.
1980년 이후 발생한 사례들만 따로 분석하면 유가 상승 폭은 이보다 훨씬 작았다는 것이 TD의 설명이다. TD는 지정학적 갈등이 빠르게 진정된다면 국제유가도 조기에 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단기적으로 유가가 추가 급등할 여지가 있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파이퍼 샌들러의 글로벌 에너지 전략가 얀 스튜어트는 고객 메모에서 “이번 유가 상승을 과소평가하지 말라”면서 “이것은 전쟁”이라고 강조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단기 유가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면서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의 댄 스투루이븐 애널리스트는 “중동에서의 긴장 고조 가능성은 단기적으로 유가 상승 위험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최악의 경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은행은 다만 올해 4분기에는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이하로 하락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