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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이민 단속에 LA 자영업자들 ‘공포’…“코로나 때보다 큰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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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이민 단속에 LA 자영업자들 ‘공포’…“코로나 때보다 큰 타격”

지난 16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거리에서 과테말라 출신의 노점상이 또르띠야를 만들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6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거리에서 과테말라 출신의 노점상이 또르띠야를 만들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최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일대에서 이민 단속을 강화하면서 지역 내 소상공인과 이민자 사회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8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LA 도심의 신선 농산물 도매시장에 위치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후안 이바라는 “단속 이후 손님이 거의 끊겼다”며 “마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때처럼 시장 전체가 유령 도시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약 2000달러(약 276만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최근에는 하루 300달러(약 41만원)도 버거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바라는 “이 상태로는 두 달도 버티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주 인근 섬유공장을 포함한 지역 내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ICE의 대규모 급습이다. 이후 도매시장 고객인 거리 노점상들과 음식점 종사자들은 대부분 외출을 피하며 시장 방문을 중단했고 불법 체류 상태의 근로자 약 300명도 출근을 멈췄다.

이번 단속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한 이민정책 기조에 따른 것으로 LA 지역 이민자 커뮤니티와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이민정책연구소(MPI)의 앤드루 실리 소장은 “이번 단속은 범죄자 위주에서 일반 노동자로까지 확대됐다”며 “이들은 미국 사회에 가장 잘 통합돼 있던 성실한 이민자들인데 이런 방식의 단속은 미국 경제를 실질적으로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LA 카운티 의회는 이날 ICE 단속의 경제적 영향을 분석하고 이민자 노동자들과 가족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안건을 공동 발의한 힐다 솔리스 의회 부의장은 “계속되는 단속으로 가족들이 일하러 나서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4년째 LA의 히스패닉계 지역에서 멕시코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페드로 히메네스(62)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는 “단속 이후 주말 영업을 오후 5시에 마감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틀 만에 7000달러(약 965만원)나 매출이 줄었다”고 토로했다. 히메네스는 1987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불법 체류 이민자 사면 정책 덕분에 시민권을 취득한 이민 1세대다.

트럼프 행정부는 단속에 대한 경제적 반발이 커지자 최근 농장, 호텔, 식당 등에 대한 급습은 일시 중단하도록 ICE에 지시했으나 이미 지역 사회에 광범위한 불안이 퍼진 상태다. 이에 대응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연방정부에 자제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연방 방위군과 해병대를 LA에 배치했다.

애비게일 잭슨 백악관 대변인은 “소상공인에게 피해를 주는 건 연방 이민법 집행이 아니라 LA의 민주당 폭도들”이라며 이같은 조치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과달루페(가명)라는 이름으로만 알려진 과테말라계 노점상 루이스(45)는 “사우스LA의 스왑미트에 나갔는데 ICE가 들이닥쳤다는 소식을 듣고 동료들과 함께 도망쳤다”고 말했다. 그는 “심리적으로 너무 지쳤고, 생계를 위해 일은 해야 하지만 나머지 시간은 집에만 있다”고 했다.

미국 이민정책위원회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노동자의 3분의 1은 이민자이며 전체 기업가의 40%는 외국 출신이다. ICE의 무차별 단속이 지속될 경우 지역경제가 심각하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