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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80m 포르도 핵시설 정조준…美 초대형 '벙커버스터' MOP 실전 투입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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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80m 포르도 핵시설 정조준…美 초대형 '벙커버스터' MOP 실전 투입하나

GBU-57, 61m 암반 관통 후 폭발...미국만 보유한 '유일무이' 타격 수단
이란 압박 효과 크지만 중동 전체 확전 위험…IAEA "심각한 영향" 경고
지난 2023년 5월 2일 미주리주 화이트맨 공군기지에서 미군이 GBU-57 초대형 관통탄(Massive Ordnance Penetrator, MOP)을 다루고 있다. 사진=미 공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23년 5월 2일 미주리주 화이트맨 공군기지에서 미군이 GBU-57 초대형 관통탄(Massive Ordnance Penetrator, MOP)을 다루고 있다. 사진=미 공군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군사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미국의 최강 '벙커버스터' GBU-57의 실전 투입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고 미 ABC 뉴스가 1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란 북서부 산악지대 지하 약 80m 암반 아래에 있는 포르도 지하 핵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재래식 무기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 무기의 정식 명칭은 GBU-57 A/B '초대형 관통탄(MOP)으로, 길이 6.2m, 무게 약 13.6t에 이르는 미군 최대 재래식 폭탄이다. 내부에는 약 2.4t의 고성능 폭약이 들어있다. 고도 10㎞의 높이에서 투하하면 순전히 운동에너지의 힘으로 최대 61m 깊이의 강화 콘크리트나 암반을 뚫고 들어가 목표 지점에서 지연신관이 작동해 폭발하도록 설계됐다. GPS와 관성항법장치(INS) 유도로 오차를 몇 미터 안으로 줄여 정밀 타격할 수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지하의 빈 공간을 지나치고 정확한 지점에서 터지도록 하는 스마트 신관이 개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ABC 뉴스는 "이 폭탄은 이란이나 북한처럼 두꺼운 콘크리트로 방호한 지하 시설을 겨냥해 특별히 설계됐다"면서 "보통 상황에서는 그렇게 깊이 파고드는 무기가 필요 없기 때문에 이란이나 북한 같은 곳을 위해 이 폭탄을 아껴두는 것이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엄청난 폭발은 아닐 것이다. 지면을 뚫고 일부 파편을 쏘아 올리겠지만, 거대한 버섯구름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란의 포르도 지하 우라늄 농축시설 위성 사진. 사진=맥사테크놀로지스이미지 확대보기
이란의 포르도 지하 우라늄 농축시설 위성 사진. 사진=맥사테크놀로지스

현재 GBU-57을 운용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뿐이며, 이 폭탄을 투발할 수 있는 폭격기도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뿐이다. 이스라엘조차 이 폭탄과 B-2를 갖고 있지 않다. B-2 폭격기는 한 번에 GBU-57 두 발을 싣고 날 수 있다. 미주리주 화이트맨 공군기지에 있는 B-2가 이란 타격 임무에 투입된다면 15시간을 비행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이 MOP를 몇 발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없다. 미 공군에 따르면 미국 방산업체 보잉은 지난 2009년 MOP와 항공기 통합 계약을 수주했는데 계약물량은 총 20발이었다. 미 공군은 현재 19대의 B-2를 보유하고 있어 이론상 모두 투입된다면 한 번에 38발의 MOP를 투하할 수 있다.

ABC 뉴스는 B-2의 스텔스 기능이 결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이스라엘군이 이미 이란의 주요 방공망을 무력화했다는 판단에서다.

◇ '게임 체인저' 될까…전략 효과와 확전 위험 사이


군사 전문가들은 포르도(Fordow)처럼 두꺼운 암반과 여러 겹의 방호층으로 이뤄진 시설을 완전히 파괴하려면 한 지점에 여러 발을 연달아 투하해야 할 수도 있다고 본다. 포르도 지하 핵농축 시설은 이란 곰주 주도에서 북쪽으로 32㎞ 떨어진 곳 포르도 마을 지하 80m 아래에 있다. 이란은 2009년 9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원심분리기를 최대 3000개 수용할 수 있다며 공개한 시설이다.

GBU-57의 실전 투입은 폭발 자체의 물리적 피해보다는 이란 지도부에 강한 심리적 압박을 주는 전략 메시지의 성격이 짙지만, 동시에 심각한 확전 위험을 안고 있다. 미국의 직접 공격은 이란의 역내 미군 기지와 동맹국에 대한 보복으로 이어져 중동 전체를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9일 영국령 인도양 지역인 디에고 가르시아에 전개된 B-2 스피릿 폭격기가 미주리주 화이트맨 공군기지로 복귀하고 있다. 사진=미 공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달 9일 영국령 인도양 지역인 디에고 가르시아에 전개된 B-2 스피릿 폭격기가 미주리주 화이트맨 공군기지로 복귀하고 있다. 사진=미 공군

◇ 이란 "핵개발 안 해" 반발…국제사회는 '우려'


이런 군사 압박에 이란 정부는 핵무기 개발 의혹을 전면 부인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경고를 보내면서도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을 지지하지만, 미군의 직접 개입에는 명확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핵시설 공격의 위험성을 강하게 경고했다. 핵시설이 공격받을 때 생길 수 있는 방사능 누출 같은 환경 재앙이나 인도주의를 우려하며 모든 나라에 최대한의 자제를 촉구했다. 국제원자력기구의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런 공격은 핵 안전, 안보와 방호 조치뿐 아니라 지역·국제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공식 발표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