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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中 희토류 봉쇄에 '오클라호마 카드'…광물 가공·재활용 전초기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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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中 희토류 봉쇄에 '오클라호마 카드'…광물 가공·재활용 전초기지로

중국 수출 통제에 맞서 공급망 재편 사활…정부·기업 총력
광물 없지만 파격적 인센티브…니켈·리튬·자석 공장 집결
2025년 3월 11일, 미국 오클라호마주 로턴에 위치한 웨스트윈 엘리먼츠(Westwin Elements) 시범 공장 앞을 걷고 있는 존 셀러지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3월 11일, 미국 오클라호마주 로턴에 위치한 웨스트윈 엘리먼츠(Westwin Elements) 시범 공장 앞을 걷고 있는 존 셀러지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진=로이터
미국이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맞서 오클라호마를 핵심 광물 공급망의 전초기지로 삼았다고 로이터 통신이 1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전통적으로 광물 매장량은 풍부하지 않지만 가공·정제·재활용 등 공급망 전반에 걸친 신산업을 유치하며 중국의 독점에 맞서는 대안으로 부상한 것이다.

오클라호마주 로턴의 위치타 산맥 근처에 자리한 웨스트윈 엘리먼츠(Westwin Elements)의 2층짜리 시범 공장. 이곳에서는 중국이 장악한 에너지 전환 핵심 금속인 니켈을 정제할 수 있는 미국 유일의 설비가 가동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오클라호마에는 이 니켈 정제소를 비롯해 미국 최대 규모의 리튬 정제소, 배터리 재활용 공장 두 곳과 희토류 자석 공장까지 속속 들어서고 있다. 1980년 이후 미국 최초의 알루미늄 제련소 역시 내년 착공을 앞두고 있다.

◇ '전화 한 통이면 OK'…파격 지원에 기업들 몰려


오클라호마가 처음부터 유력 후보지는 아니었다. 주요 광물 매장량이 부족하고 교육 시스템이 취약하며, 내륙 깊숙이 있어 국제 운송에 불리하다는 약점이 뚜렷하다.

그럼에도 투자자들과 기업들은 이러한 단점을 덮고도 남을 장점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주를 관통하는 철도와 고속도로, 에너지 분야 경험이 풍부한 노동력, 주 정부의 파격적인 세금 혜택과 신속한 규제 절차 등이 기업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MLB 인더스트리얼의 네이선 리치 최고경영자(CEO)는 호주 기업인 이 회사의 미국 사업 확장지로 오클라호마를 택하며 "다른 주들은 이미 자리를 잡은 대기업을 원했지만 오클라호마는 우리의 성장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과 함께 오클라호마로 이주했다.

케빈 스팃 오클라호마 주지사는 "앞으로 중요해질 새로운 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노력해왔다"면서 "핵심 광물 분야로 투자금이 몰려오고 있는 만큼 오클라호마가 최적지"라고 자신했다.

◇ 니켈·리튬·희토류 자석…핵심 공급망 속속 들어서


웨스트윈 엘리먼츠는 '서방이 이긴다(The West will win)'는 염원을 담아 회사 이름을 지었다. 이 회사는 연간 200톤의 니켈 정제 능력을 갖춘 시범 공장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생산량을 3만4000톤으로 늘릴 계획이다. 튀르키예와 인도네시아 등에서 원료를 수입해 미국 연간 니켈 수요의 10%를 충당할 수 있는 규모다. 현재 국방부와 군용 드론 배터리용 니켈 공급 계약도 협상하고 있다.

다른 거점에서는 스타더스트 파워(Stardust Power)가 리튬 정제소를 짓고 있다. 완공 시 연간 5만 톤의 리튬을 생산하는데, 이는 2030년 미국 예상 수요의 약 20%에 이른다. 일본 스미토모는 이미 생산량의 절반을 구매하는 예비 계약을 맺었다. 스타더스트 파워의 로샨 푸자리 최고경영자(CEO)는 "리튬 가격 하락기야말로 개발에 가장 좋은 시기"라고 강조했다.

전기차의 심장인 희토류 자석 분야에서도 오클라호마는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USA 레어 어스(USA Rare Earth)는 내년 초 가동을 목표로 자석 공장을 건설 중이다. 연간 생산량은 1200톤에서 최대 5000톤으로 모터·전기차·로봇 등에 쓰이는 영구자석이다. 이 회사는 연간 최대 8억 달러(약 1조1008억 원)의 매출을 기대하며, 이는 전기차 40만 대 이상을 만들 수 있는 물량이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에 나선 지난 4월 이후 이 회사에는 고객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2025년 2월 17일, 미국 오클라호마주 아토카에 위치한 그린리이온(Green Li-ion) 시설 내 필터 프레스 아래 보관 중인 MHP(혼합수산화침전물).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2월 17일, 미국 오클라호마주 아토카에 위치한 그린리이온(Green Li-ion) 시설 내 필터 프레스 아래 보관 중인 MHP(혼합수산화침전물). 사진=로이터


◇ 中 수출하던 '폐배터리'도 미국 내에서 자원화


이 밖에도 싱가포르의 그린 라이온(Green Li-ion) 같은 배터리 재활용 기업들이 오클라호마의 풍부한 화학 엔지니어 인력을 보고 미국 사업 거점을 마련했다. 이들은 폐배터리를 분쇄한 '블랙 매스(Black Mass)'에서 니켈·구리 등을 추출해 새로운 배터리 원료로 공급한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중국으로 수출되던 폐자원이 미국 내에서 직접 처리되는 것이다.

◇ 장밋빛 전망 속 그늘…인재 유치 등 과제도


장밋빛 청사진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인 과제와 실패 사례도 있다. 2022년 파나소닉 배터리 공장 유치전에서 캔자스에 패했고, 주 정부의 지원을 받던 전기차 스타트업 카누가 파산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교육 시스템이 미국 최하위권이라는 점도 고급 인재를 유치하는 데 걸림돌로 꼽힌다.

하지만 케빈 스팃 주지사는 "우리는 계속해서 홈런을 노릴 것"이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웨스트윈 엘리먼츠의 케일리 롱 창업자는 "육류 산업을 보니 목장주(광부)보다 포장업자(정제업자)가 적은 위험으로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을 봤다"면서 "나는 광물 시장의 포장업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중국이 독점한 시장의 판도를 바꾸려는 오클라호마의 야심 찬 도전이 미국 핵심 광물 공급망 재편의 기폭제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USA 레어 어스의 조시 발라드 최고경영자(CEO)는 "우리가 완전한 해답은 아니지만 분명히 큰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단언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