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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중앙은행, 기준금리 0%로 인하…마이너스 진입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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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중앙은행, 기준금리 0%로 인하…마이너스 진입 가능성도

트럼프 무역전쟁 속 프랑화 급등·디플레이션 압박에 대응
노르웨이도 4년 만에 금리 인하…유럽 통화완화 확산
마이너스 금리를 실험하는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알프스 국가 중 하나인 알프스 국가가 제로 금리로 전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마이너스 금리를 실험하는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알프스 국가 중 하나인 알프스 국가가 제로 금리로 전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로이터
스위스 국립은행(SNB)이 19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 제로 수준으로 낮췄다고 발표했다. 이는 마이너스 금리 실험을 세계에서 가장 오래 진행했던 스위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전쟁 여파로 급등한 프랑화와 디플레이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20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이번 인하로 SNB는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마이너스 금리 실험국 중 하나에서 제로금리 체제로 전환했다. 스위스의 연간 인플레이션율이 5월 마이너스 0.1%를 기록하며 4년 만에 처음 마이너스를 나타낸 것이 금리 인하의 직접적 배경이 됐다.

올해 달러 대비 10% 상승한 스위스 프랑화가 수입 비용을 낮춰 소비자 물가를 끌어내린 것이 디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투자자들이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 속에서 안전자산인 스위스 프랑을 대거 매수하면서 통화 가치가 급등했다.

마틴 슐레겔 SNB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마이너스로 전환하기로 한 결정을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축자와 연기금 등의 이익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글로벌 무역 혼란으로 인해 향후 몇 달 동안 마이너스 영역 진입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트레이더들은 슬레겔 총재의 신중한 발언에도 불구하고 SNB가 내년 3월까지 마이너스 0.25%로 추가 인하할 가능성을 약 60%로 보고 있다. 일부는 더 큰 폭의 0.5%포인트 인하를 예상했지만 실현되지 않아 스위스 프랑이 오히려 강세를 보였다.

스위스 프랑은 금리 결정 발표 후 강세를 보이며 달러 대비 0.2% 상승한 0.817프랑에 거래됐다. 금리 전망 변동에 민감한 스위스 2년물 국채 수익률은 0.09%포인트 상승한 마이너스 0.10%를 기록했다.

이른바 '스위시(Swissie)'로 불리는 스위스 프랑의 급등은 SNB의 정책 결정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SNB는 트럼프 행정부가 첫 번째 임기 때 스위스를 환율 조작국 감시 목록에 올린 바 있어, 미국의 비난을 피하면서도 통화 압박을 완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금리 인하가 외환 직접 개입보다 외교적으로 더 안전한 방법이라고 분석한다.

SNB는 또한 저금리 환경에서 스위스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인한 금융 안정성 위험을 반복적으로 지적해왔다. 제로금리 정책이 부동산 버블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같은 날 노르웨이 중앙은행도 예상치 못하게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 4.25%로 낮췄다고 발표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시작 이후 처음으로 통화정책을 완화한 것으로, 인플레이션 전망이 충분히 완화됐다고 판단한 결과다.

서유럽 최대 석유·가스 생산국인 노르웨이는 그동안 경제 강세 덕분에 스웨덴 릭스방크나 유럽중앙은행(ECB) 등 거의 모든 이웃 국가보다 높은 금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는 연준의 지속적인 관망 접근법이나 영국은행의 4.25% 금리 동결과 대조를 이룬다. 유럽 중앙은행들이 미국과 다른 통화정책 행보를 보이며 완화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스위스는 2014년 12월 안전자산 유입 속에서 프랑화 절상을 막기 위해 세계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한때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0.75%까지 끌어내려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했으며, 이 정책을 7년 이상 유지해 세계에서 가장 긴 마이너스 금리 기간을 기록했다.

제로금리 정책은 스위스 은행들에게 새로운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 UBS 수석 이코노미스트 다니엘 칼트는 "순이자 마진 압박 측면에서 오늘 상황보다 더 나쁠 수는 없다"며 "은행들이 이전 마이너스 금리 기간처럼 고객에게 수수료를 부과하기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