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과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에 미국이 본격 개입하면서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이하 현지시각) “미국의 공습으로 이란의 핵시설을 완전히 제거했다”고 밝혔으며 이에 따라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과 유가 시장이 긴장 상태에 놓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 유조선 GPS 교란, 무전 감시 이어져
스웨덴 유조선 운영업체 스테나벌크의 최고경영자(CEO) 에릭 하넬은 WSJ와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인근에 유조선 3척이 항해 중이지만 현재까지 직접적인 위협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국의 공습 이후 항해 장비에 전파 교란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이란 혁명수비대가 무전을 통해 유조선의 화물량, 출발지와 목적지, 선주 정보를 반복적으로 묻고 있다”고 전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19년에도 ‘스테나 임페리오’호가 이란에 나포돼 3개월간 억류된 바 있다.
◇ 이란 “해협 통제 선택지 중 하나”
이란은 공식 대응을 미루는 가운데 해협 장악 가능성을 계속 시사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이란 국회의원 베흐남 사이디는 “국가 이익이 위협받는다면 호르무즈 해협 폐쇄도 선택지 중 하나”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8일에는 에산 칸두지 전 이란 경제부 장관이 “앞으로 100일간 석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은 사전 허가 없이 통과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유가 급등 우려…“해협 봉쇄 없어도 시장은 반응”
WSJ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지 않더라도 단지 위협만으로도 글로벌 유가는 급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이란-미국 갈등이 본격화한 지난 며칠간 국제 유가는 약 11% 상승했으며 시장 분석업체들은 배럴당 최대 3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해협 봉쇄보다는 협상 여지를 남긴 채 군사·사이버·해운 교란을 병행하는 방식의 점진적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