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달러 투자 2년 만에 '물거품'…핵심 파트너 파산에 발목
SiC 양산 계획 전면 백지화... MCU·아날로그 등 기존 강점에 집중
SiC 양산 계획 전면 백지화... MCU·아날로그 등 기존 강점에 집중

지난 23일(현지시각) 닛케이에 따르면 르네사스는 협력 관계인 미국 반도체 제조사 울프스피드의 경영 악화 탓에 2025년 상반기에 약 2500억 엔(약 2조3609억 원) 규모의 손상차손을 계상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번 손실은 2023년 울프스피드와 맺은 장기 공급 계약에서 비롯했다. 당시 르네사스는 20억 달러(약 2조7686억 원)를 예탁하고 10년간 SiC 파워 반도체 기판을 공급받기로 했으나, 울프스피드의 실적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계약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울프스피드는 일본의 민사재생법에 해당하는 미국 연방파산법 제11조(챕터 11) 적용을 법원에 신청할 예정이다. 이에 르네사스는 울프스피드와 회생 지원 계약을 맺고, 기존 예탁금과 출자액을 2025년 9월까지 울프스피드의 보통주와 전환사채로 바꾸기로 합의했다.
법원의 인가 후 모든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하면, 르네사스는 울프스피드의 의결권 기준 9.9%를 포함한 총 29.8%의 지분을 확보한다. 이와 따로 5%의 신주인수권도 얻는다. 하지만 의결권이 10%를 밑돌아 실제로 경영에 참여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 EV 수요 둔화·중국 공세에 무너진 SiC 강자
울프스피드는 전력 효율이 높은 SiC 파워 반도체를 주력으로 생산했으나, 주요 시장인 세계 전기차(EV) 시장의 수요 둔화와 중국 EV 업체들의 반도체 자체 생산과 자국산 조달 강화 전략에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 막대한 부채와 자금난까지 겹치면서 손익이 대폭 악화했다.
이번 사태로 중장기 성장이 예상되던 SiC 파워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은 한층 커졌다. 업계에서는 울프스피드의 파산에 따른 공급망 위험과 가격 변동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편 르네사스의 철수로 생긴 시장 공백을 차지하기 위해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인피니언, ON세미컨덕터 등 세계적 경쟁사들의 시장 점유율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 SiC 접고 주력 사업으로 'Uturn'... 시장 재편되나
전략 파트너의 몰락으로 르네사스는 2025년부터 본격화하려던 SiC 파워 반도체 시장 진출 계획을 모두 포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군마현 다카사키 공장 등에서 추진하던 SiC 양산 계획도 무산됐다. 대신 르네사스는 앞으로 강점을 가진 마이크로컨트롤러(MCU), 아날로그와 파워 반도체 분야에 경영 자원을 집중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르네사스는 현재 연간 실적 전망을 공시하지 않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