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60% '클릭' 안 해…검색 방문자 수 급감에 기업들 '비상'
새 VIP 고객은 'AI 봇'...AI 친화적 콘텐츠만이 생존의 열쇠
새 VIP 고객은 'AI 봇'...AI 친화적 콘텐츠만이 생존의 열쇠

AI가 생성한 요약 정보가 검색의 첫 관문을 차지하면서, 이용자들은 더는 개별 웹사이트 링크를 클릭하지 않는다. 24일(현지시각) 포브스 재팬에 따르면, 이러한 검색 행동의 근본적인 변화는 이미 기업들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실제로 여행 사이트 '카약'이나 온라인 학습 서비스 '체그' 같은 기업들은 웹사이트 방문자 수 감소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2월 한 조사에서는 검색 이용자의 60%가 AI 요약본만 읽는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상황은 심각하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보안 기업 임원은 "자사 사이트로의 검색 방문자 수가 올해에만 10% 감소했다"고 포브스에 밝혔다. 그는 "기존 SEO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 SEO는 가고 GEO가 온다
이런 위기감 속에서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 기업들은 구글의 'AI 개요', '챗GPT', '퍼플렉시티' 등 AI 검색 엔진에서 자사 브랜드가 어떻게 보이는지에 사활을 걸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수요를 공략하는 신생 기업(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 새로운 분야를 AI 검색 최적화(AIO)라고도 부르는 '생성형 엔진 최적화(GEO)'라 한다.
신생 기업 '프로파운드'는 이 분야의 선두 주자 가운데 하나다. 이 회사는 'US뱅크', '도큐사인', '인디드' 등 100곳이 넘는 기업에 AI 답변에서 브랜드 노출 현황을 분석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프로파운드의 제임스 캐드월러더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며 "AI가 사용자와의 관계를 완전히 장악하려는 지금, 우리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투자가들도 이 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다. 유명 벤처캐피털 클라이너 퍼킨스의 일리야 푸시먼 파트너는 "이는 기업에 있어 매우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클라이너 퍼킨스는 엔비디아, 코슬라 벤처스와 함께 설립 1년 차인 프로파운드에 2000만 달러(약 273억2200만 원) 투자를 이끌었으며, 이로써 프로파운드의 기업 가치는 1억 달러(약 1366억1000만 원)를 웃돌았다.
프로파운드는 '저렴한 축구화'와 같은 수천 개의 검색어를 AI 검색 엔진에 입력해 브랜드 언급 빈도를 분석한다. 브랜드에 대한 평가 경향인 감성(sentiment)과 부정적 언급까지 실시간으로 살피며 고객사 웹사이트를 분석해 AI에 최적화한 콘텐츠 전략을 제안한다.
◇ 'AI 봇' 사로잡는 콘텐츠 전략은?
그렇다면 기업은 어떻게 AI에 선택받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AI가 이해하기 쉬운 콘텐츠 설계가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자주 묻는 질문(FAQ), 방법 안내(How-to), 신뢰도 높은 1차 정보, 구조화된 자료와 같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AI는 기존 검색 엔진과 달리 훨씬 다양한 정보원을 참고한다. 사용자 생성 콘텐츠인 레딧 등이 대표적이다. 따라서 웹 전반의 언급량을 늘리고 링크 문구에 브랜드 이름을 포함하는 '브랜드 앵커'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생성 AI 답변에 자사 정보가 오르는 것 자체가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이는 새로운 기준이 된 것이다.
하지만 AI 검색 엔진에 영향을 미치기란 간단치 않다. 바탕이 되는 언어 모델이 계속 바뀌기에 AI의 답변 역시 예측 불가능하게 달라진다. 같은 질문이라도 누가, 언제,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온다. 따라서 브랜드는 꾸준한 감시와 최적화가 필수다.
코슬라 벤처스의 키스 라보이스 파트너는 "챗GPT 같은 도구가 정보를 어떻게 제시하는지 명확히 파악해 전달하는 것은 엄청난 가치를 지닌다"며 "일반 직원이나 사내 팀이 자신들이 속한 기업의 이익을 위해 같은 일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뉴욕에 본사를 둔 '블루피시 AI'는 여행, 제약, 소매 기업을 대상으로 AI상의 브랜드 노출 현황을 살피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500만 달러(약 68억 2950만 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구글 딥마인드 출신이 세운 '아테나'는 자체 AI 모델을 바탕으로 정보원, 언급 횟수 등을 보여주는 분석판(대시보드)을 제공한다.
프로파운드의 캐드월러더 최고경영자는 앞날을 밝게 본다. 그는 기업들이 이제 'AI 봇이라는 새로운 VIP 고객'의 주목을 끌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제로 클릭 시대'가 곧 올 것이다. 소비자는 AI 엔진의 답변만 보고 의사결정을 내리고,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것은 AI 에이전트(봇)뿐이 될 것이다. 우리는 그것이 바람직한 일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2026년에는 검색의 약 30%가 AI를 통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AI 검색에 노출되지 않으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브랜드로 여겨질 위험이 커진다. 이제 기업들은 기존 SEO 전략을 넘어, AI를 겨냥한 정보 발신, 브랜드 관리, 경쟁사 분석, 그리고 콘텐츠 전략을 전면적으로 재구성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