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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현대로템 앞세운 K-방산, 페루 '방산 독립' 날개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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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현대로템 앞세운 K-방산, 페루 '방산 독립' 날개 달았다

페루 국영 FAME과 K-808 장갑차 30대 현지 생산...기술 이전·부품 국산화 동시 추진
단순 도입국서 '공동 생산 파트너'로 격상…남미 방산 허브 도약 발판 마련
2022년 7월 29일 페루 리마의 육군 본부에서 페루 육군 장병들이 독립기념일 퍼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2년 7월 29일 페루 리마의 육군 본부에서 페루 육군 장병들이 독립기념일 퍼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페루 국영 방산업체 FAME(육군 총포탄 공장)이 한국, 이스라엘 등과 손잡고 방산 자립에 나섰다고 현지 언론 인포바에(Infobae)가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FAME은 단순 부품 조립 단계를 넘어 무기 공동 생산과 국산화를 목표로, 생산 설비 현대화와 국제 입찰을 통한 파트너 유치 등 전방위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 현대로템·기아 앞세운 '한국산'… 페루 방산의 핵심 축


FAME 현대화 계획에서 한국 기업이 핵심 역할을 떠맡고 있다. FAME은 현대로템(STX 코퍼레이션 대표)과 군용 차량 조립 공장 설립에 합의했다. 2,000m² 넓이의 이 공장은 2025년부터 본격 가동하며, 차륜형 장갑차(4x4, 6x6, 8x8)를 비롯해 궤도형 차량, 트럭, 유조차 등 다양한 군용 차량을 생산한다. 이 과정에서 현지 인력 양성과 기술이전, 국내 부품 조달 비중 확대도 함께 추진한다.

첫 사업은 현대로템의 K-808P '백호(White Tiger)' 8x8 차륜형 장갑차 30대 조립이다. 총 6000만 달러(약 814억 원) 규모의 이 계약에 따라 2025년 12대, 2026년 18대를 페루 육군 기갑여단에 납품한다. 또 중앙아프리카공화국 평화유지 임무단(MINUSCA)에 파견된 '페루' 공병 중대가 쓸 기아 KLTV 4x4 전술차량 10대의 조립도 이 공장이 맡는다.

◇ 이스라엘과 소총·광학장비 협력… 기술 자립도 높인다

이스라엘과 협력도 페루 방산 정상화의 한 축을 담당한다. FAME은 2023년 이스라엘 웨폰 인더스트리즈(IWI)와 무기 체계의 조립, 공동 생산, 기술 이전을 위한 전략 제휴를 맺었다. 그 첫 결과물로 2730만 달러(약 370억 원) 규모 계약에 따라 IWI의 아라드 7(Arad 7) 7.62mm 돌격소총 10,000정을 페루 육군에 성공리에 납품했다.

이어 페루 경찰청(PNP)에도 IWI의 아라드 5(Arad 5) 5.56mm 소총 7323정을 공급하는 약 1960만 달러(약 266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4월 초도물량 700정을 인도했으며, 오는 7월 말까지 2000정을 추가로 조립해 납품할 예정이다. 페루 국방부는 아라드 7 소총이 극한 상황에서 탁월한 정밀도와 신뢰성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FAME은 소총 조립을 넘어 기술 자립도 강화에도 힘쓴다. IWI와 협력으로 단순 조립뿐 아니라 품질관리, 유지보수, 현지 인력 교육 등 실질 기술이전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또 메프로라이트 메프로21(Meprolight Mepro21) 광학 조준경 생산 라인을 갖췄고, 기존 갈릴(Galil) 소총을 갈릴 울트라(Galil Ultra) 사양으로 개량하는 163만 달러(약 22억 1142만 원) 상당의 키트를 무상으로 받아 페루 현지에서 직접 개조 작업을 하고 있다.

◇ 탄약 국산화·차세대 화력 확보…'미래'에 대규모 투자


자체 탄약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대규모 투자도 계획했다. 현재 FAME은 9mm 권총탄을 비롯해 다양한 군·민수용 탄약을 생산하지만, 설비 노후화로 생산 능력에 한계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고자 최신 기계 설비 도입(2290만 달러), 원자재(구리·아연) 압연 공정 현대화(670만 달러), 뇌관 공장 신설(2000만 달러), 화약 공장 신설(670만 달러) 등 총 5600만 달러(약 759억7520만 원) 이상을 투자할 방침이다.

나아가 FAME은 중·장거리 화력 체계 확보를 위해 새로운 파트너를 찾고 있다. 지난 3월 이스라엘 엘빗 시스템즈, 중국 노린코, 튀르키예 로켓산 등이 참여한 포병 시스템 도입 입찰이 유찰됐지만, 최근 재입찰을 공고해 오는 7월 14일 결과를 앞두고 있다. 계약이 성사되면 FAME은 사거리 150~300km급 다연장로켓시스템(MLRS) 12대 이상을 육군에 공급하며, 초기 사업 규모는 5870만 달러(약 796억2655만 원)로 추산한다.

FAME의 전방위 혁신은 페루 방위산업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10년간 6억 달러(약 8139억 원)를 투자해 단순 조립국에서 벗어나 기술이전과 공동생산으로 자립 기반을 다지는 이 계획은, 현지 고용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넘어 페루를 남미 방산의 새로운 중심지로 만들 발판이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