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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독자 방산산업 육성 움직임에 갈등 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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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독자 방산산업 육성 움직임에 갈등 표출

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 "美 무기 배제 반대"...EU 방위산업 통합에 한국도 대안 부상
EU 신용기금서 미국·한국산 무기 제외 논란...발트 3국 "튀르키예·한국도 선택지"
2023년 2월 21일 독일 에케른포에르데의 독일 해군 훈련장에서 헬리콥터가 비행하는 동안 독일군이 전방을 주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2023년 2월 21일 독일 에케른포에르데의 독일 해군 훈련장에서 헬리콥터가 비행하는 동안 독일군이 전방을 주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유럽연합(EU)이 역내 방위산업 육성을 위해 미국산 무기를 배제하는 신용기금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가운데,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발트해 연안국들이 강력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크라이나 방산전문매체 디펜스-유에이닷컴이 지난 26(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리투아니아와 에스토니아 외무장관은 미국산 무기 배제 정책을 비판하며 튀르키예와 한국도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U 신용기금, 유럽산 무기만 지원...미국과 신뢰 위기 심화


EU는 최근 방산 분야 신용 프로그램을 통해 유럽산 무기 개발과 구매에만 집중해서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미국과 유럽 사이 관계 악화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안에서 신뢰가 크게 훼손된 상황에서 나온 조치다.

브레이킹 디펜스 보도에 따르면, 리투아니아 외무장관은 NATO 정상회의에서 "대서양 동맹국을 포함해 시장에는 모든 이들을 위한 공간이 있다"고 말했다. 에스토니아 외무장관도 이에 동조하며 "미국 방산업계는 EU가 앞으로 7-8년간 방위 분야에 투입할 예정인 수조 유로 규모 예산의 일부를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두 나라의 이런 입장은 현재 미국산 무기를 대량으로 운용하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리투아니아와 에스토니아는 하이마스(HIMARS) 다연장로켓시스템, FGM-148 재블린 대전차미사일, 스위치블레이드 600 자폭드론, AIM-120-C8 미사일, UH-60M 블랙호크 헬기 등을 보유하고 있다.

폴란드는 자국산 무기 리스트 준비...아파치 헬기 도입도 차질


반면 과거 미국산 무기를 신용자금으로 대량 구매했던 폴란드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새로운 외교정책 아래에서 유럽 안에서 유사한 기회를 차단하면서 미국산 무기 대량 구매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폴란드는 현재 AH-64D 아파치 헬기를 임대 운용 중이며 새로운 AH-64E 아파치 도입을 위한 신용자금 조달 프로그램도 영향을 받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폴란드 당국은 이미 EU 신용 프로그램에 제출할 자국산 무기 목록을 준비했다고 전해졌다. 방위력 강화와 함께 자국 산업이 새로운 주문을 받을 수 있게 하려는 목적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 방산업체들의 유럽 진출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에스토니아 외무장관이 미국과 함께 튀르키예, 한국을 대안으로 언급한 것은 한국이 이미 유럽 시장에서 상당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산 K2 흑표 주력전차는 폴란드군에 배치돼 운용되고 있으며, 한국 방산업체들은 유럽 시장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산 방산제품 배제가 자주국방과 함께 유럽 각국에 돈벌이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U 재무장 프로그램의 제한 조치가 복잡한 정치 동기를 갖고 있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미국은 더 큰 재고와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신속한 방위력 강화에 도움이 되며, 일부 미국 시스템은 여전히 유럽산 대체재가 없는 상황이다. 독일산 아이리스-T SLM 중거리 지대공미사일이나 레오파르트 2A7A1 주력전차 같은 유럽산 무기들이 있지만, 미국 시스템의 유럽산 대체재 부족 상황이 수년간 지속될 가능성도 있어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발트해 연안국들에게는 특히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디펜스-유에이닷컴은 "독립적 방위와 자국 산업 강화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핵심은 적절한 균형을 찾아 방위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