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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정책, 오히려 美 기업 中 이전 자극…“30일 내 생산 이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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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정책, 오히려 美 기업 中 이전 자극…“30일 내 생산 이전 가능”

지난 2017년 9월 1일(현지시각)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에 위치한 코코나랩스 연구소에서 데빈 멀둔 실험실장이 공기 흐름 측정 장치를 이용해 섬유의 건조 속도를 테스트하고 있다. 사진=코코나랩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17년 9월 1일(현지시각)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에 위치한 코코나랩스 연구소에서 데빈 멀둔 실험실장이 공기 흐름 측정 장치를 이용해 섬유의 건조 속도를 테스트하고 있다. 사진=코코나랩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한 이후 다시 시작한 관세 전쟁이 오히려 미국 기업의 해외 이전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콜로라도주에 본사를 둔 섬유소재 업체 코코나랩스는 관세 부담을 이유로 핵심 소재의 생산을 중국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조치로 인해 오히려 미국 일자리가 중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코코나랩스는 이같은 관세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지 이전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 “관세 때문에 美 생산 포기”…섬유 인프라 따라 中 이전 검토

코코나랩스는 침구류, 의류, 타월 등에 사용되는 고기능성 섬유소재를 제조해 중국, 인도, 포르투갈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이 소재는 주로 중국과 동남아 공장에서 직물로 가공된 뒤 완제품으로 미국에 역수입되는 구조다.

이 회사의 제프 보우먼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핵심 소재인 '마스터 배치(master batch)'의 생산 일부를 중국이나 인도로 옮기는 방안을 실제로 추진 중”이라며 “30일 내 결정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의 섬유산업 인프라는 세계 어디에서도 따라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마스터 배치는 기능성 첨가제가 농축된 '알맹이' 형태의 중간 원료를 말한다.

보우먼 CEO는 “트럼프 대통령이 원한 결과는 해외 공장이 미국으로 돌아오는 것이겠지만, 실상은 그 반대가 벌어지고 있다”며 “이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 고율 관세에 공급망 불안…연쇄 주문 중단도 현실화


코코나랩스는 미국 남서부에서 채굴한 광물을 입자로 만들어 미 동부에서 이를 가공한 뒤 다시 미국 중서부와 남동부 공장에서 마스터 배치로 생산해 수출하는 구조다. 그러나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145%까지 인상하자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125%)를 매겼고, 코코나는 기존 수출 경로에 차질을 빚었다.

보우먼 CEO는 “상하이 물류창고에 남아 있는 재고로 당장의 주문은 버티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불확실성이 크다”며 “희망만으로는 전략을 세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아시아 순방에서 “공급망 전반에 걸쳐 주문이 끊겼다”고도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후 관세율을 30%로 인하했고 중국도 보복 관세를 10%로 낮췄지만, 보우먼 CEO는 “언제 다시 긴장이 고조될지 몰라 불안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소비자가 훨씬 비싼 가격을 감수하지 않는 한 침구류와 의류 공장이 미국으로 돌아올 일은 없다”며 “현실을 무시한 이상론”이라고 비판했다.

◇ 관세 취지와 정반대…“美 일자리 지키려다 해외 이전 자극”


코코나랩스는 직원 20명 규모의 중소기업이지만 이 사례는 관세가 기업들의 글로벌 전략에 어떤 파장을 미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NYT는 지적했다.

보우먼 CEO는 “관세는 미국 일자리를 지키려는 정책이지만 결과적으로 미국 공급업체와의 계약을 끊고 해외로 눈을 돌리게 만들고 있다”며 “우리는 실제로 그런 결정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