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발트 3국·폴란드, 러시아 국경 2600km에 3조 6800억 원 방어선 구축
나토 "러시아, 5년 내 동맹국 공격 준비 완료 가능" 경고
나토 "러시아, 5년 내 동맹국 공격 준비 완료 가능" 경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유럽 현지 취재를 통해 핀란드,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폴란드 등 5개국이 러시아와의 국경 2600km에 걸쳐 총 23억 유로(약 3조6800억 원) 규모의 방어 시설을 짓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지난달 러시아가 "5년 이내에" 동맹국에 무력을 사용할 준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연설에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모두 러시아와 맞선 최전선에 서 있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지난주 동맹 정상회담 연설에서 러시아가 "나토 영토에서 새로운 군사 작전"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방 정보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에 합병된 모스크바와 레닌그라드 군사지구를 다시 설립할 계획이며, 이 지역 주둔 러시아군을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수준에서 두 배로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핀란드, 90만 예비군 보유하며 전 국민 전쟁 대비 태세
핀란드는 지난해 나토 가입으로 러시아와 방위동맹의 국경이 북극에서 벨라루스까지 거의 2600km로 두 배 이상 늘어나자 200km의 국경 울타리 건설을 가속화하고 감시와 순찰을 강화했다. 핀란드 국방군 참모차장 카리 니술라 중장은 "우리는 매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핀란드는 징병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전시 병력 28만 명 중 전문직 병력은 10퍼센트 미만이다. 전체 560만 인구 중 거의 90만 명의 예비군을 소집할 수 있다. 설문 조사에 따르면 핀란드인의 80% 이상이 싸울 준비가 되어 있으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 중 하나다.
야르모 린드베리 전 국방참모총장이자 현 국회의원은 북유럽 국가인 핀란드가 모든 종류의 연료와 윤활유를 6개월간 비축하고 있으며, 거의 9개월간 버틸 식량을 저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모든 작전 센터는 30미터의 화강암 위에 있다"며 "러시아가 핵폭탄을 떨어뜨려도 살아남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440만 명을 위한 방공호가 있다. 우리의 모든 전투기도 30미터 화강암 아래 있다"고 설명했다.
알렉산데르 스툽 핀란드 대통령은 "내가 아마도 핀란드에서 모든 퍼즐 조각을 가진 유일한 사람일 텐데, 밤에 아주 잘 잔다.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핀란드인들은 자국의 전략적 위치가 북극에서 발트해까지 이어져 있어 미국이 자국을 포기할 수 없다고 굳게 믿고 있다.
◇ 발트 3국, 600마일 방어선에 콘크리트 벙커 건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는 러시아와 동맹국인 벨라루스와의 600마일(약 965km) 길이 국경을 따라 콘크리트 벙커와 대전차 도랑으로 이뤄진 발트해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에스토니아 총리 크리스틴 미할은 "에스토니아에 약 600개의 벙커와 저장고가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투아니아는 남쪽으로 러시아의 칼리닌그라드 영토와 수왈키 갭에 국경을 맞대고 있어 특히 취약하다. 이 지역은 발트해 연안 국가들과 나토의 나머지 지역을 연결하는 유일한 육상 통로다. 리투아니아 대통령 기타나스 나우세다는 "불행히도 우리는 우크라이나만큼 전략적으로 깊지 않다"며 "우리는 일정 기간 우리 영토를 방어하고 증원군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나토의 이전 방어 계획은 러시아가 침공하도록 내버려 두었다가 나중에 독일과 폴란드 증원군의 도움을 받아 격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러시아가 점령한 마리우폴 같은 우크라이나 마을에서 벌어진 파괴와 대량 학살은 이를 용납할 수 없게 만들었다.
◇ 폴란드, 1945년 이래 최대 규모 '동쪽 방패' 건설
폴란드는 '동쪽 방패'를 만들기 위해 23억 유로 규모의 방어선을 건설하고 있다. 이는 1945년 이래 폴란드 동부 국경을 강화하려는 시도 중 최대 규모다. 도널드 투스크 총리는 국군을 50만 명으로 두 배 이상 늘리고 연말까지 모든 성인 남성을 위한 군사 훈련 시스템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폴란드는 이미 벨라루스와의 국경 186km를 따라 5.5미터 높이의 철제 울타리를 세웠다. 이는 지난 2021년 벨라루스와 러시아가 불법 이민자들의 폴란드 횡단을 부추긴 '하이브리드 전쟁'에 맞선 대응이었다. 최근에는 야간 투시경과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하고 국경 순찰을 위한 새로운 도로를 건설해 방어를 강화하고 있다.
노르웨이도 2032년까지 육군 여단을 1개 여단에서 3개 여단으로 늘리고 2개 여단을 북부에 배치할 계획이다.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는 "노르웨이는 누구에게도 위협이 되지 않으나, 누구도 우리를 위협할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 책임"이라고 말했다.
나토 동맹국들은 동맹 정상회의에서 "집단 방위에 대한 철통같은 약속"을 다시 확인하며 앞으로 10년간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5%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발트해 연안국과 폴란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5% 목표를 내년에 달성할 예정이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나토 사무총장을 지낸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은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성공을 거둔다면 거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그는 발트해 연안 국가들에 압력을 가할 것이고, 미국 대통령이 나토 집단방위조항에 대한 약속에 공개적으로 의구심을 제기할 때 푸틴은 나토의 결의를 시험하고 싶은 유혹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