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이스라엘과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처음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6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전날 밤 테헤란 자택 내에서 열린 시아파 최대 종교의식 아슈라(Ashura) 행사에 참석했다.
하메네이는 행사장에서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무대 측면 의자에 홀로 앉아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날 행사에는 모흐센 만소리 부통령, 고람 호세이니 법무부 장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 등이 참석했다.
하메네이는 앞서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공습한 직후와 이스라엘과의 휴전이 성립된 직후 각각 짧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란의 승리’를 주장했지만 갈라지고 힘겨운 목소리 탓에 쇠약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30여 년 집권 기간 중 이렇게 오랜 기간 공개 석상에서 사라진 것은 전례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아슈라 전날 저녁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단순한 건강 회복 이상의 정치적 메시지로 풀이된다. 아슈라는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의 손자인 후세인이 서기 680년 카르발라에서 전사한 날을 기리는 시아파 최대 성일로 이란뿐 아니라 레바논,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시아파 정체성을 상징하는 날로 여겨진다.
미국 외교정책 단체 ‘지금 아랍 세계를 위한 민주주의(DAWN의)’의 오미드 메마리안 연구원은 “수주간 잠행했던 하메네이가 아슈라 의식에 등장한 것은 그의 지지층에 큰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며 “미국과 이스라엘도 이슬람 공화국의 체제를 무너뜨릴 수 없다는 정권의 메시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테헤란에서는 하메네이와 이란군 지휘부에 대한 지지를 나타내는 거리 행진이 동시에 벌어졌다. 거리엔 검은 옷을 입은 시민들이 운집했고 일부는 이스라엘 공격으로 사망한 군 간부들의 사진을 들고 추모의 뜻을 표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