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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고래’ 대거 매도로 상방 제한...일시적 급락 가능성 제기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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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고래’ 대거 매도로 상방 제한...일시적 급락 가능성 제기돼

보유 세력 '손바뀜' 본격화...정통 자산군으로 자리잡는 과정
6월 26일 프랑스 남서부 보르도 외곽에 있는 양조장에 전시된 비트코인 스티커. 사진=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6월 26일 프랑스 남서부 보르도 외곽에 있는 양조장에 전시된 비트코인 스티커. 사진=AFP/연합뉴스
최근 몇 달 동안 변동성 둔화 국면 속에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치인 11만 달러 돌파 시도에 번번이 실패한 가운데 단기적으로 가격 하락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상장지수펀드(ETF)와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매수세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을 오랫동안 보유해 온 ‘고래’ 투자자들의 꾸준한 매도세로 보유 세력의 ‘손바뀜’이 활발한 가운데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예전만 못한 모습이다.

7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업자, 역외 펀드 및 익명의 지갑 등으로 구성된, 이른바 ‘고래’ 투자자들은 최근 1년 동안 50만 개 이상의 비트코인을 처분했다. 10x 리서치(10x Research)에 따르면 이는 현재 시세로 500억 달러(약 69조 원)가 넘는 규모다.

블룸버그는 “비트코인을 장기간 보유해 온 ‘고래’들이 조용히 물량을 처분하는 반면, 기관 투자자가 매수 규모를 확대하며 ‘지배력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비트코인이 고위험 고수익 거래 자산에서 장기 보유형 자산으로 서서히 재편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매체에 따르면 고래들이 지난 1년간 매도한 물량은 지난해 초 출시 이후 큰 성공을 거둔 비트코인 현물 ETF에 순유입된 자금에 거의 상응하는 규모다. 또한 암호화폐를 가장 많이 보유한 상장기업인 스트래티지가 지난 5년간 축적한 650억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 규모와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수준이다.

고래의 상당수는 비트코인이 지금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거래되던 초기 사이클부터 시장에 참여해 왔다. 리서치 업체 플립사이드 크립토(Flipside Crypto)는 2020년 당시 추적 가능한 익명 소유 계정 중 상위 2%가 전체 비트코인의 95%를 통제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고래들의 매도세에 반해 수요가 이를 받쳐주지 못하면서 현재 시장의 수급에 균열이 생길 경우 비트코인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할 위험도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비트코인 고래들이 다시 대규모 매도에 나서고 기관 자금 유입은 정체된다면 시장이 급격한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면서 “암호화폐 시장의 투자 심리가 꺾일 경우, 일반 개인 투자자들과 은퇴 자금 투자자들이 고점에 비트코인을 떠안게 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10x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018년과 2022년 각각 2%와 9%의 순유출만으로도 비트코인 가격은 각각 74%와 64% 급락한 선례가 있다.

비트코인은 최근 2년 연속 가격이 두 배 넘게 오르며 강세장을 이어왔지만, 올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親)암호화폐 기조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연초 수준에서 횡보하고 있다.

다만 현재 시장 분위기가 익명의 고래 투자에서 기관 투자자들로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트코인이 이제 안정적인 투자자산으로 탈바꿈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이제 비트코인의 연간 상승률이 10~20%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비트코인이 지난 2017년 1400% 넘게 폭등하면서 대중적 인지도를 얻었던 당시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비트코인 채굴업체 마라 홀딩스의 프레드 틸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시장이 정점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개인적인 견해로는 지금은 과거와는 매우 다른 시장 역학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유 중인 비트코인을 지금까지 한 번도 매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x리서치의 마르쿠스 틸렌 최고경영자(CEO)는 “지금과 같은 흐름이 수년간 이어질 수 있다”면서 “비트코인이 점차 연간 10~20% 상승하는 ‘느린 성장형 자산’으로 바뀌고 있다. 비트코인의 본질 자체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르카(Arca)의 제프 도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비트코인은 시간이 갈수록 지루한 배당주 같은 성격을 띠게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평균적으로는 매년 상승하지만, 상승 폭은 점차 줄어드는 구조로 이제는 오히려 은퇴 자산으로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ETF와 마이클 세일러의 스트래티지 및 수십 개의 기업 투자자를 포함한 기관들이 현재 유통 중인 전체 비트코인의 약 4분의 1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불과 몇 년 사이 비트코인을 지배하는 힘의 역학이 빠르게 변화했음을 의미한다.

트레이딩 회사 DRW 산하 암호화폐 전문 거래부서 컴벌랜드의 롭 스트레벨 책임자는 “암호화폐는 이제 더 이상 시장의 이단아가 아니라, 점차 정통 자산군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면서 “이와 함께 변동성 축소 현상도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