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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스타트업 그록, 첫 유럽 데이터센터 설립...“엔비디아에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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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스타트업 그록, 첫 유럽 데이터센터 설립...“엔비디아에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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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그록 홈페이지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그록(Groq)이 핀란드 헬싱키에 첫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유럽 진출에 나섰다.

7일(현지시각) CNBC에 따르면 삼성과 시스코(Cisco) 투자 자회사의 지원을 받는 그록은 이번 데이터센터를 글로벌 데이터센터 기업 에퀴닉스(Equinix)와 협력해 구축했다. 그록은 이를 통해 유럽 전역에서 증가하는 AI 수요에 대응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CNBC에 따르면 그록의 이번 진출은 최근 미국 기업들이 유럽 내 AI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특히 북유럽 지역은 재생에너지 접근성이 좋고 냉각 비용이 적은 기후 특성으로 데이터센터 입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유럽을 방문해 다수의 인프라 구축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록은 현재 기업가치가 28억 달러(약 3조8000억 원)로 평가받고 있다. 그록이 설계한 LPU(언어처리유닛)는 대형 AI 모델을 훈련하는 용도가 아닌 실시간 추론을 위한 전용 반도체다. 추론은 사전 학습된 AI 모델이 실시간 데이터를 해석해 결과를 내놓는 과정으로, 챗봇의 응답이 이에 해당한다.

엔비디아가 GPU(그래픽처리장치)를 통해 대형 AI 모델 학습용 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상황에서, 그록을 비롯한 수많은 스타트업은 추론 시장을 새로운 기회로 보고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삼바노바(SambaNova)와 소프트뱅크가 인수 중인 암페어(Ampere)를 비롯해 세레브라스(Cerebras), 프랙타일(Fractile) 등도 AI 추론 시장에 가세한 상태다.

그록의 조나단 로스 CEO는 CNBC에 회사의 경쟁력을 설명하며 “엔비디아 칩은 고대역폭 메모리(HBM)처럼 고가의 부품을 사용하는데, 이는 공급업체가 매우 제한적”이라며 “반면, 그록의 LPU는 이런 부품을 사용하지 않고 북미 기반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로스는 이어 그록이 고수익보다는 대량 생산·저마진 시장에 집중함으로써 엔비디아 주주들에게도 긍정적 효과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헬싱키 데이터센터 구축 속도를 강조했다. 로스는 “4주 전 헬싱키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기로 했고, 지금 서버 랙을 현장에 옮기고 있다”면서 “이번 주말 안에는 트래픽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유럽 정치권에서는 ‘AI 주권(Sovereign AI)’ 개념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이는 데이터가 저장·처리되는 데이터센터가 유럽 내에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사용자와 가까운 위치에 센터가 있을수록 응답 속도 등 서비스 품질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현재 그록은 미국과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자체 기술을 적용한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