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온라인 패스트패션 업체 쉬인(Shein)이 홍콩에서 비공개로 기업공개(IPO)를 신청했다고 8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쉬인이 지난주 홍콩거래소(HKEX)에 비공개로 투자설명서 초안을 제출했고,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의 승인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FT는 쉬인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장기화하는 상장 절차를 앞당기는 한편, 영국 금융당국에 런던 증시 상장 승인을 압박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해석했다. 즉 런던 증시 상장을 희망하는 쉬인이 영국 금융감독청(FCA)과 타협을 끌어내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홍콩거래소 상장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영국과 중국 규제기관 간에 사업 위험 공시 문구와 관련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것이 승인이 지연되고 있는 주된 이유로 알려졌다. 특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중국 내 신장 지역 공급망 노출 문제가 인권 침해 논란과 맞물려 쟁점이 되어왔다.
앞서 FCA는 올해 초 쉬인의 투자 설명서 초안을 승인했으나, 이는 중국 CSRC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FT는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정부가 자국 내 사업 환경 위험에 대한 설명 방식을 더욱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쉬인의 상장은 수년 만에 런던의 IPO 최대어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아 왔다. 특히 올해 런던 IPO 시장의 자금 조달 규모가 3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쉬인의 런던 상장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태다.
FT는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FCA가 중국 CSRC의 승인을 받은 사업설명서를 수용한다면 런던이 여전히 쉬인의 '1순위' 상장지로 남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런던은 투자자 기반이 국제적이고 다양하다는 점에서 IPO 시장에서 선호도가 높다.
다만 이 관계자들은 FCA와 CSRC 간 요구조건의 간극이 여전히 크기 때문에 런던 상장이 여전히 녹록하지 않다고 내다봤다.
현재 중국 당국은 해외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에게 뉴욕이나 런던보다 홍콩을 우선 고려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쉬인이 제출한 사업설명서가 HKEX와 CSRC의 승인을 받더라도 FCA는 이를 바탕으로 런던 IPO를 승인할 기회를 여전히 갖게 된다. 이 경우 이중 상장 또는 런던에서의 2차 상장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쉬인의 IPO 추진 과정은 약 3년 가까이 이어져 왔으며,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 난항을 겪었다. FT에 따르면 쉬인은 현재 약 120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상장이 급할 이유는 없지만, 투자자들과 자문단은 기업공개 속도를 높일 것을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쉬인은 2023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상장 승인을 받지 못한 이후, 본격적인 상장 추진에 차질을 빚었다. 쉬인은 이후 런던에 이어 홍콩 증시 상장을 준비해 왔다. 대표 주관사는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건이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