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안보 강화 위한 대규모 군사력 증강 계획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더는 불평할 이유가 없다. 이제 업계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올해 연간 국방비를 1620억 유로(약 261조1300억 원)으로 책정했고, 2029년까지 70% 늘릴 계획이다. 이 같은 증액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의 안보 환경이 급격히 바뀐 데 따른 것이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탄약, 드론, 전차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생산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밝혔다.
◇ 유럽 방위산업, 생산 지연 여전…장기 계약으로 신뢰 확보 나서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아직도 개별 무기 조달 사업에서 지연이 이어지고, 이후에는 업체 쪽에서 또 늦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마다 꾸준히 납품이 이어져야 운용 중인 전차 수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무기 업체들이 미래 주문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데 대응해, ‘해마다 정기적으로 구매하는 의무’가 포함된 장기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싱크탱크 브뤼겔과 킬 세계경제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의 탄약과 대포 생산 능력은 최근 3년 사이 크게 늘었지만, 프랑스-독일 합작사 KNDS가 만드는 레오파드 2A8 전차와 라인메탈의 포 등 주요 무기 생산 속도는 미국이나 러시아에 견줘 여전히 뒤처진다.
◇ 나토 방위공약 강조…패트리어트 추가 지원엔 선 그어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미국의 안보 지원 축소 가능성에 “능력 차이가 생기면 푸틴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최근 미국산 패트리어트(방공 미사일) 시스템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과 관련해 “독일에 남은 것은 6대뿐이고, 2대는 폴란드에 빌려줬으며 최소 1대는 정비나 훈련 때문에 늘 쓸 수 없다. 나토 목표를 생각하면 더는 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타우러스 미사일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해마다 꾸준히 납품이 이어져야 무기 체계를 스스로 갱신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 “힘이 있어야만 평화 논의 가능”…독일군 유럽 최강 목표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독일군을 유럽에서 가장 강한 군대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는 “해마다 정기적으로 구매하는 의무가 포함된 장기계약이 있어야 업체들이 비싼 새 생산라인에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드론 등 첨단 무기 도입과 무기 생산업체에 대한 선급금 지급 등 새로운 정책도 도입할 뜻을 내비쳤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평화나 긴장 완화에 대해 동등한 조건에서 이야기하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평화롭게 살고 싶지만, 약하거나 스스로를 지키지 못한다고 생각하지 마라”고 말했다. 독일군이 나토 회원국이 러시아의 공격을 받으면 러시아군과 맞서 싸울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업계에서는 독일 정부의 국방비 대폭 증액과 장기계약 추진이 유럽 방위산업의 생산 확대와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