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갈등·탈달러화 바람 타고 '질주'…전문가들 "온스당 3650달러 간다"
"포트폴리오 5~10%는 금에 투자"…실물·ETF·금광주 장단점은?
"포트폴리오 5~10%는 금에 투자"…실물·ETF·금광주 장단점은?

지난 15일(현지시각)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30% 관세 부과를 발표한 지난 14일, 금값은 3주 만에 최고치인 온스당 3350달러(약 464만9130원)를 넘어섰다. 15일에는 달러화가 소폭 강세를 보인 탓에 금값이 잠시 주춤했지만, 미·중 무역 협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해 하락 폭은 크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랠리가 단순한 일시 현상을 넘어 구조 요인에 힘입고 있다고 분석한다. 해밀턴 캐피털 파트너스의 알론소 무뇨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금은 S&P500은 물론, 변동성과 등락을 거듭하는 수익률 때문에 반드시 안정성을 제공하지는 못했던 미국 국채 같은 다른 전통 안전자산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고위험 자산의 변동성이 컸던 상반기 동안 금이 훌륭한 헤지 수단으로 움직이는 것을 본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었다"며 "상황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한 금값은 계속 오를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거시 흐름 역시 금값에 우호적이다. 자산 관리 회사 WRISE(라이즈)의 코치컹 외환 전략 헤드는 올해 남은 기간 금값이 온스당 3100달러(약 430만2180원)에서 3500달러(약 485만7300원)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는 3650달러(약 506만547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는 "위기 때 가치 저장 수단이자 효과적인 분산투자 수단으로서 금의 역할이 매력을 더하고 있다"고 말했다.
◇ '탈달러' 나선 중앙은행들…'자국 금' 직접 사들인다
중앙은행들의 커지는 금 사랑은 단순히 보유량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금을 확보하는 방식 자체에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런던 중심의 국제 장외시장에서 달러나 유로로 금을 사던 방식에서 벗어나, 자국 내 광산에서 직접 금을 사들이는 중앙은행이 늘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외환보유고를 지키면서 통화정책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샤오카이 판 WGC 글로벌 중앙은행 헤드는 "자국 통화를 사용해 외환보유고를 희생하지 않고도 금 보유량을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용 절감과 자국 산업 지원도 중요한 동기다.
◇ 개인 투자자, 어떻게 담을까…실물부터 ETF까지
전문가들은 포트폴리오의 변동성과 위험 관리를 위해 전체 자산의 5~10%를 금에 배분하는 분산 투자를 추천한다. 구체적인 투자 방식으로는 실물 금, 상장지수펀드(ETF), 금광 주식 등이 거론된다.
알론소 무뇨스 CIO 등은 위기 때 안전성을 중시하는 고액자산가나 패밀리 오피스는 실물 금 투자를 선호한다고 전했다. 장기 보유 때 ETF 운용보수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실물을 직접 보유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별도의 보관·운송·보험 비용은 고려해야 한다. 거래 편의성과 소액 투자를 원한다면 금 ETF가 대안이다. 세계 최대 규모인 'SPDR Gold Shares(GLD)'나 운용보수가 저렴한 'iShares Gold Trust(IAU)'가 대표적이다.
금값 상승 때 초과 수익을 노린다면 금광 주식이나 관련 ETF에 투자할 수 있다. 코치컹 헤드는 최선호주로 배릭 골드와 뉴몬트 코퍼레이션을 꼽았다. 관련 ETF로는 '밴엑 골드 마이너스 ETF(GDX)'와 소형 금광 기업에 투자하는 '밴엑 주니어 골드 마이너스 ETF(GDXJ)'가 있으며, 이들은 올해 들어 50%가 넘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단, 개별 기업의 위험이나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진입 시점으로 온스당 3100달러(약 430만2800원)에서 3200달러(약 444만1600원)대로 조정을 받을 때 나누어 사는 전략을 권장한다.
물론 위험 요인도 있다. 코어스톤 캐피털의 윌 맥도너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12만 달러(약 1억6653만 6000원)를 돌파한 비트코인이나 실물 수요가 탄탄한 구리 등 다른 자산이 금의 대체재로 떠오르고 있다"며 금의 지위가 예전 같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단기 급등에 따라 조정받을 수 있어 변동성이 커지는 구간에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트럼프발 관세와 지정학 위험이 금의 가치를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지만, 투자 방식별 장단점을 꼼꼼히 따지고 자산 내 적정 비중을 유지하는 위험 관리가 핵심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