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연구진, 갈라짐 없는 음극 구조로 획기적 내구성 확보"

보도에 따르면,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 박규영 교수 연구팀은 전기차용 배터리가 교체 없이 최대 100만㎞까지 쓸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배터리 음극재의 화학 성분을 바꾸는 대신 구조를 혁신해서 이런 성과를 거뒀다고 발표했다.
◇ 하나의 덩어리 구조로 갈라짐 막아
연구팀이 찾아낸 핵심은 니켈 바탕 음극재를 하나의 덩어리 결정으로 만드는 것이다. 지금까지 음극재는 여러 개의 작은 결정이 모여서 만들어지는데, 충전과 방전을 거듭하면서 리튬이온이 계속 움직여 결정 사이 경계면에서 갈라짐이 생긴다. 이것이 배터리 용량이 떨어지고 수명이 짧아지는 주된 원인이었다.
박 교수는 "높은 온도에서 만든 여러 결정 음극은 지나치게 빽빽해져 부서지기 쉬운 반면, 하나 덩어리 결정 음극은 같은 힘을 받아도 갈라지지 않고 견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부서지는 입자 경계가 없는 하나의 덩어리 구조가 튼튼함을 훨씬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성능과 수명 함께 늘려
지금까지 배터리 기술에서는 높은 에너지 밀도와 긴 수명이 서로 맞서는 관계였다. 더 많은 니켈을 써서 에너지 밀도를 높이면 한 번 충전으로 더 멀리 갈 수 있지만, 방전 과정에서 너무 많은 리튬이 빠져나가 구조가 불안정해져 배터리 수명이 짧아지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음극의 세밀한 구조, 특히 입자와 구멍의 크기와 분포를 조절해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 850도 아래에서는 작고 고른 간격의 구멍을 유지해 힘을 덜어주고, 이 기준점 위에서는 하나 덩어리 구조를 만들어 뛰어난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또한 전고체 배터리와 나트륨이온 배터리 등 다음 세대 배터리 기술 연구도 함께 진행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배터리 재활용 기술 개발을 통해 전기차 생애주기 전반의 지속가능성도 확보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연구 성과가 전기차 배터리의 근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실질적 해법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대부분의 전기차 배터리는 8년 또는 16만㎞ 보증 기간을 제공하고 있어, 100만㎞ 수명을 달성하면 전기차 경제성과 믿을 만함이 크게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