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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지구 덮는 '핵겨울' 공포…"50억 명 기아 사망" 경고와 中의 '철통 방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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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지구 덮는 '핵겨울' 공포…"50억 명 기아 사망" 경고와 中의 '철통 방어'론

美 연구진, 핵전쟁 후 '대기근' 시나리오 제시…"직접 사망자보다 굶주림이 더 치명적"
中, 둥펑-41 미사일과 지하 방공망 내세워…"선제공격 안 하지만 보복 능력 갖춰"
미국 연구진이 핵전쟁 발발 시 '핵겨울'로 인해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넘는 50억 명이 기아로 사망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핵 위협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사진=보칼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연구진이 핵전쟁 발발 시 '핵겨울'로 인해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넘는 50억 명이 기아로 사망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핵 위협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사진=보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및 대만 해협의 긴장 고조로 국제 사회가 일촉즉발의 화약고가 됐다고 미디어 플랫폼 보칼이 20일(현지시각) 진단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면 핵전쟁이 발발할 경우, 세계 인구의 절반이 넘는 50억 명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미국 싱크탱크의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반면 중국은 자국의 군사 역량과 견고한 민방위 체계를 근거로 최악의 상황에서도 방어가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내비쳐, 그 배경과 실효성에 이목이 집중된다.

현재 세계 곳곳의 분쟁은 핵전쟁 위협을 키우고 있다. 2022년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무기 지원을 등에 업고 러시아 쿠르스크주 영토 1,200㎢를 점령하는 등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러시아는 "선을 넘으면 핵무기를 쓰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동에서는 핵탄두 90기를 지닌 이스라엘과 핵 개발 의혹을 받는 이란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2024년 이스라엘의 하마스 지도자 암살과 가자지구 공
격은 유엔의 제지에도 계속되며 이 지역의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아시아에서는 필리핀의 남중국해 도발과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독립 주장,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가 이어지며 화약 냄새가 짙어지고 있다.

이러한 위기감은 세계 핵무기 현황을 보면 더욱 뚜렷해진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세계 핵탄두는 모두 12,241기에 이른다. 이 가운데 러시아가 5,500기, 미국이 5,177기를 보유해 두 나라가 전체의 90%를 차지한다. 중국은 440기, 인도는 160기, 파키스탄은 170기를 가졌고 이스라엘과 북한 역시 핵보유국으로 분류된다. 군축 체제는 사실상 붕괴 직전이다. 러시아는 2023년 2월, 미국과의 유일한 핵 군축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의 검증 체계를 중단했으며, 2026년 조약 만료를 앞두고 갱신 논의는 요원하다.

◇ 50억 명 앗아가는 '핵겨울' 시나리오

핵전쟁의 결과는 인류 생존 자체를 위협한다. 2022년 럿거스 대학교 연구진은 핵전쟁 시 즉각적인 폭발과 방사능 피폭으로 3,000만에서 7,300만 명이 숨질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더 치명적인 위협은 '핵겨울'에서 비롯된다. 핵폭발이 불러온 식량 체계 붕괴와 대기 변화 탓에 약 50억 명이 굶주림과 질병으로 숨질 수 있다는 예측이다. 주된 원인은 세계 평균 기온 급락과 농작물 생산 중단이 불러오는 대규모 기근이다.

럿거스 대학교(Rutgers University) 연구팀은 "만일 미국과 러시아가 전면전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지구 전체 인구 중 절반 이상에 달하는 50억 명 이상이 기아로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中 주장의 근거…핵 억제력과 민방위

이러한 암울한 예측에 중국은 '방어 가능'을 주장했다. 그 자신감의 첫 번째 근거는 보복 능력에 바탕을 둔 핵 억제력이다. 중국이 보유한 둥펑-41(DF-41)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사거리 12,000~15,000km로 세계를 타격권에 두며, 최대 10개의 핵탄두(MIRV)를 실을 수 있다. 특히 도로 이동식 발사대를 채택해 숨기기 좋고, 이를 통해 '2차 타격(보복 공격)'을 확보해 미국에 대한 실질적인 억제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핵무기 선제 사용금지(No First Use)' 원칙을 지키며 핵전력을 억지와 보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두 번째 근거는 철저한 민방위 체계다. 중국은 냉전 시기부터 베이징 같은 주요 도시에 대규모 지하 도시와 벙커를 지었다. 최신 대피시설은 암석 1km 이상 지하 2km 동굴에 자리하며, 100만 명에게 식수를 공급하고 방사능 차단 설비까지 갖췄다고 한다. 현대에는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의 깊은 지하철역들이 비상시 강력한 방호 능력을 갖춘 대피소로 기능하도록 준비했다.

다만 이런 방어 능력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의 핵무기는 규모 면에서 미국, 러시아에 미치지 못하지만 '확실한 보복'은 가능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민방위 시설은 지도부와 일부 국민을 보호할 수는 있어도 모든 국민을 지키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며, 높은 도시 인구밀도와 농촌의 방호망 부재 같은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핵전쟁의 그림자를 걷어내려면 국제 사회의 공동 대응이 요구된다. 50억 명 사망 예측은 최신 과학 모의실험에 근거한 것으로, 특정 국가의 방어력만으로 재앙을 막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중국이 강력한 국방력을 내세우면서도 '인류 운명 공동체'를 언급하며 외교 해법을 강조하는 배경이다. 이 때문에 여러 방면의 국제 협력과 신뢰 회복, 군축 협상 복원을 통해 핵무기 사용을 막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으로 제시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