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최종 판결 확정 시 패널 수입 금지…아이폰16 생산 차질 우려
폴더블 시장서 삼성 맹추격하는 BOE…치열한 경쟁 속 법적 다툼 격화
폴더블 시장서 삼성 맹추격하는 BOE…치열한 경쟁 속 법적 다툼 격화

◇ BOE 공백, 삼성·LG가 메운다…단기 공급 차질은 '숙제'
최근 BOE는 아이폰 OLED 패널 공급 재개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으나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ITC는 BOE와 7개 자회사가 삼성디스플레이의 핵심 영업비밀을 유용해 패널을 제조한 행위가 미국 관세법 337조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더불어 BOE의 OLED 패널 수입 금지와 미국 내 기존 재고의 판매 중지까지 제안했다.
이번 판결은 애플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BOE는 아이폰16 시리즈에 들어갈 OLED 디스플레이 물량의 약 20%를 담당하며 해마다 1억 대 규모의 아이폰용 패널 생산 능력까지 갖췄다. 특히 최근 중국 쓰촨성에 애플 전용 생산 시설까지 만들며 협력 관계를 다져온 만큼 이번 판결로 기존 공급망 다변화 전략의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ITC는 오는 11월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며, 이후 60일간의 대통령 검토 기간을 거쳐 확정한다. 분석가들은 보통 ITC의 예비 판결이 최종심에서 뒤집히는 일이 드물어 BOE의 전망이 밝지 않다고 분석한다. 수입금지 조치가 현실화되더라도 이미 미국에 수입돼 팔리는 기존 아이폰에는 영향이 없지만 애플로서는 BOE에 대한 의존도를 재검토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업계는 BOE의 공백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메울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러나 단기간에 공급처를 바꾸는 과정에서 생산 차질과 비용 증가는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단기적인 공급 부족이나 장기적인 아이폰 가격 인상이 나타날 수 있다.
◇ 점유율 경쟁 치열…법정 밖에서도 '총성 없는 전쟁'
법적 다툼의 이면에는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두 회사의 치열한 경쟁이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BOE는 폴더블 OLED 패널 시장에서 삼성을 제치고 점유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비록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 7월 9일 공개한 '갤럭시 Z 시리즈' 신제품의 패널 양산을 일찍 시작한 덕분에 2분기에는 선두 자리를 되찾았지만 BOE의 약진은 삼성에 큰 위협이다. 폴더블 시장과 애플 공급망 양쪽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키우는 BOE의 모습은 이번 ITC 판결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한다.
올해 전체 OLED 패널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4% 늘겠지만 평균판매단가(ASP)는 지난해 수준에 머물러 패널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이런 가운데 나온 ITC의 판결은 앞으로 디스플레이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폰 아레나는 이번 사태를 두고 "세계 기술 공급망의 복잡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면서 "판결이 확정된다면 지식재산권 보호 원칙과 별개로 BOE는 물론 애플과 최종 소비자까지 출하 지연이나 가격 인상 같은 상당한 파급효과를 겪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애플이 이번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BOE의 공백을 원활히 메꿀 수 있을지가 앞으로 아이폰 시장의 향방을 가를 관건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